매일신문

[야고부] 민주주의와 행복

지난 연말, 다소 흥미로운 자료가 있었다.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분석하는 영국의 한 민간 기구(EIU)가 나라별 민주주의 지수를 조사했는데 한국이 세계 20위로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세계 20위야 달갑잖은 성적이지만 아시아에서 일본(22위)을 제치고 한국이 앞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중국이 136위, 북한이 조사국 167개국 중 꼴찌를 기록한 것을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에 짐작이 간다.

그런데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3배 성장한 1992년에서 2010년 사이 '행복을 느끼는' 국민은 10%나 줄었다고 한다. 또 지난해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한 행복지수를 보면 한국은 조사 대상국 178개국 중 102위였다. 경제적 요인을 배제한 조사였지만 행복 측면에서는 형편없는 성적이다.

여기서 우리는 강렬한 의문이 생긴다.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화가 잘된 나라가 왜 삶의 행복감에서는 그렇지 못한가. 민주화는 우리의 오래된 숙원이 아니었던가.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산업화를 이룩했고 30년도 안 된 짧은 세월에 민주주의를 반석에 올려놓은 나라가 왜 행복하지 않은가. 아니 왜 행복을 느끼는 국민이 줄어들고 있는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곧 행복이라는 등식을 가지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리고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그것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덜 행복한가.

2006년 신경제재단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투아누'를 선정했다. 인구 20만 명에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로 신음하다 1980년 독립한 나라다. 그런데 이 나라는 배고픔이 없다. 직업이 없는 사람도 많지만 남을 도와주는 것을 천성적으로 좋아한다. 아픔이 있는 이웃이 있으면 그 슬픔을 함께 나눈다. 돈을 밝히는 사람도 있고 좀도둑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경악스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연기 나는 굴뚝은 전력회사밖에 없고, 공해라고는 자동차 매연 정도이며 항상 맑은 공기와 푸른 해변을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다. 국내총생산은 전 세계 233개 국가 중 207위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목맨 대한민국,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지 최빈국이지만 가장 행복한 나라 '바투아누'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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