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삼 남매를 두고 한국에 온 중국인 A(42·여) 씨는 지난해 11월 가슴이 답답해 병원을 찾았다 암이 의심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료를 담당했던 대구의료원은 상위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권했다.
A씨는 부랴부랴 대학병원에 갔지만 이내 발길을 돌려야했다. 정밀검사비용만 100만원에 육박했기 때문. A씨는 "수술 비용까지 다 합하면 500만원 넘게 드는데 방법이 없었다"고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3월 이후 적십자 대구병원 폐원 이후 의료 약자에 대한 의료 공백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적십자 대구병원이 담당했던 공공의료의 한 축이 사라지면서 외국인노동자 등 일부 계층에서는 진료비 때문에 병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료원과 함께 지역 공공의료의 양대 축을 형성하던 적십자 대구병원이 지난해 3월 폐원한 이후 의료 약자에 대한 진료 공백이 크지만 대구의료원 하나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적십자병원에서 누리던 '낮은 문턱'이 대구의료원에서는 다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B(25) 씨는 고국에서 죽은 친구 소식과 요즘 들어 강해진 향수병 때문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멍하게 지내는 날이 더 늘었다. 하지만 정신과 진료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정신과 진료의 특성상 통역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대구의료원의 경우 통역 인프라가 약하기 때문이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우옥분 소장은 "적십자 대구병원이 통역 자원봉사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등 외국인근로자가 접근하기에 수월했지만 대구의료원은 그 역할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일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통역자를 데려오라고 요구할 때가 많아 정신과 진료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대구의료원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정신과 치료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개선된 점도 있다. 대구의료원에서 1개월 전까지 외국인근로자들을 의료진과 연결해주는 사회복지사가 비번인 공휴일과 야간에는 '일반 외래환자'로 등록해 진료비를 낸 뒤 치료를 받아야했지만 지금은 개선돼 곧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대구의료원 관계자는 "적십자 대구병원 폐원 이후 의료 약자 진료 문턱을 낮추기 위해 열심히 홍보하고 있으며 외국인근로자 등에 대해 수술, 입원 지원을 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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