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제역 감염돼지 700여마리 유통 가능성"

첫 판정前 반출 의혹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 사태를 두고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검역당국의 역학조사 실패와 오판, 보고서 조작, 진실은폐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축산농가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이번 구제역 첫 발생 발표 때 안동 방역대책본부를 찾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당시 방역당국은 구제역 의심축 첫 신고시점과 농가를 26일 오후 5시 양돈농가 권기택 씨로 보고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서현양돈단지 권 씨 농가가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이는 돼지를 신고해 와 경북도가축위생시험소가 간이키트 검사로 1시간 만에 음성판정했다고 작성돼 있다.

하지만 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는 이보다 3일 전인 23일 Y씨로부터 첫 의심축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히면서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Y씨는 사료업체 소속의 수의사가 무더기 폐사가 시작된 돈사 상황을 우려하며 검역기관에 신고를 하라는 권유를 받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중순까지 수백 마리씩 무더기로 무려 3차례에 걸쳐 매몰해 온 안동 서현양돈단지의 구제역 의사 상황을 당국은 왜 숨겼는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동 서현양돈단지에서 지난해 11월 29일 구제역 첫 양성판정 한 달 전부터 무더기로 폐사된 돼지를 무단매몰했다는 의혹(본지 2010년 12월 28일자 1면 보도)의 장본인인 Y씨는 자연 발생되는 새끼돼지 소모성질환 폐사수준으로 30여 마리를 묻었다고 했지만 주변 축산농가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9월 한 달 동안 3천여 마리 분의 사료가 공급되던 것이 10월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11월은 2천여 마리의 사료만 공급됐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구제역 감염 가축들의 경우 첫 증세가 사료를 먹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최근 경찰조사에서 당초 주장하던 30여 마리보다 열 배 많은 300여 마리의 폐사돼지를 묻었다는 Y씨의 진술이 나오면서 일단 행방이 묘연한 폐사돼지는 700여 마리로 줄어들었지만 과연 나머지 돼지들은 어디로 갔을까? 일부 돼지 유통업자들은 당국의 방역이 시작되기 전 단지 밖으로 불법 반출됐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된 집중 차단방역에도 왜 구제역 바이러스가 방역선을 넘었을까? 이에 대해 가축질병 전문가들은 "안동 서현양돈단지 내에서 오래전에 구제역이 발생해 상당기간 동안 방치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면서 "이미 초기 차단방역이 시작되기 전 구제역 바이러스가 방역선을 넘어 인근지역으로 전파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 권동순·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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