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바보들의 결탁

존 케네디 툴 지음/김선형 옮김/도마뱀출판사 펴냄

거대한 뚱보에 괴팍하고 지적이며 현대 문명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이그네이셔스는 어머니에게 얹혀사는 구제 불능의 백수. 걸핏하면 화를 내는 그는 끊임없이 불평을 터뜨리고 주변 인물들에게 가혹한 말을 해대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그는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어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취직한다. 돈키호테 같은 이그네이셔스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우스꽝스런 소동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다른 일반 소설들과는 전혀 다른 독창적인 주인공과 등장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빚어내는 웃기는 상황과 나중에 느끼게 되는 저릿한 비애감은 소설의 독창성을 더한다. 그러나 '코믹 푸가' '대단한 서사 코미디'로 격찬받는 이 책은 즐거운 내용과 달리 비극적인 여정을 거쳐야만 했다.

지은이 존 케네디 툴은 이 책의 원고를 들고 수많은 출판사들을 전전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거듭되는 좌절로 우울증과 편집증이 깊어지고 어머니와의 불화를 겪던 그는 32살의 젊은 나이에 자살한다. 그의 어머니 셀마 툴은 작가 워커 퍼시를 막무가내로 찾아가 원고를 봐줄 것을 졸랐고 결국 작가 사후 11년 만에 책이 출간된다. 책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지난 25년간 출간된 최고의 미국 소설' 6위에 올랐다. 559쪽, 1만4천800원.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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