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여기에 설치하면 어떨까요?"
"그 벽면보다는 이쪽이 낫지 않을까?"
3일, 경북대미술관 전시실에는 여러 명의 전시기획자들이 전시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경북대 평생교육원의 큐레이터 자격 과정을 수료한 이들이다. 큐레이터 이론 과정을 마친 후 실습으로 직접 전시를 준비하는 것.
큐레이터를 꿈꾸는 이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전업주부에서 강사, 학생, 현직 갤러리 대표까지 다양하다. 이번 전시 주제는 '예술로 먹고 삽니다'로 정했다. 우소이(27) 씨는 "예술이 과연 밥 먹여주는가에 대해 궁금했고, 작가들과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직접 만나본 예술가들의 삶은 다양했다. 생계를 위해 누드모델을 하기도 하고 벽화를 그리며 전시도우미를 하기도 하고 커플링을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저마다 예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예술이 밥을 먹여주지 못한다'는 반어법인 셈이다.
실제로 전시를 준비하면서 참가자들은 우아한 이미지로 비치는 큐레이터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입을 모았다. "큐레이터는 우아한 직업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목장갑을 끼고 일해야 할 줄은 상상도 못했죠." 이수연(28) 씨는 큐레이터에 대해 "못질도 잘해야 하고 작품을 운반하기 위해 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주(49) 씨는 이제 전시장에 가면 큐레이터의 고단함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3, 4년 전부터 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전시장에 가끔 가요. 작가와 작품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이젠 전시를 하기 위해 들인 노력을 먼저 생각할 것 같아요."
실버 세대를 위한 카페 갤러리 준비를 위해 참가했다는 홍재숙(52) 씨는 "포토샵, 파워포인트를 배워가며 공부했고, 덕분에 열정을 배웠고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트갤러리청담 대표 김성락 관장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혼자 기획하던 것에 비해 훨씬 과정이 복잡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이 모여 신선한 발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열정에 작가들도 화답했다. 김성진, 이준욱, 여은진, 이지현, 정성원은 예비 전시기획자들의 기획 의도에 공감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전시장에는 작가들이 직접 쓴 금전출납부가 있다. 작품 판매 가격, 재료비, 전시 도우미 품값 등 상세하게 나와 있다. '빚 안지고 예술하는 것이 내년의 목표' '어린 시절부터 꿔왔던 화가라는 꿈에 대해서 슬퍼질 때가 있다'는 젊은 작가들의 가슴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김준욱 작가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이 궁금하지만 정작 묻기는 어려운 문제에 대담하게 접근했다는 점이 흥미롭다"면서 "관람객과 작가의 간격을 좁히고 전시를 친숙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3일까지 경북대미술관 2전시실에서 열린다. 053)950-7968.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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