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미끄러워도 우편물은 배달해야 하잖아요. 춥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피할 수는 없죠."
4일 대구 남구 대명9동 골목길. 13년 경력의 오동렬(36) 집배원은 오르막길 앞에서 오토바이를 멈췄다. 두 손에 우편물을 가득 쥔 채 빙판길로 변한 오르막길을 조심스레 걸어갔다.
오 씨는 "이곳은 앞산 쪽으로 난 언덕길이 많아 눈이 오면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며 우편물을 편지함에 넣었다.
최근 잇따라 내린 눈으로 골목길과 이면도로가 꽁꽁 얼어붙어 집배원들이 우편물 배달에 진땀을 빼고 있다. 빙판으로 변한 오르막길은 오토바이를 세워 둔 채 우편물을 배달해야 해 평소보다 작업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진다.
오 씨가 맡은 대명 9동은 단독주택이 많다. 골목 곳곳은 눈이 녹지 않은 채 쌓여있고 응달진 도로 바닥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였다.
평소 배달 속도를 높여주는 오토바이도 빙판길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오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빙판길을 가는 동안 땅에서 두 발을 떼지 못했다. 오 씨는 "오토바이 무게가 있어서 손으로 끌고 가려면 더욱 힘들다"며 "집배원들은 눈이 내리면 2, 3일은 오토바이 운전에 애를 먹는다"고 하소연했다.
직접 빙판길 위에서 오토바이를 끌어봤더니 오 씨의 말처럼 뒤에 실린 우편물 무게 때문에 중심 잡기가 쉽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바퀴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오토바이 뒤에 실린 우편물도 빙판길에서는 흉기가 될 수 있다. 대구우체국 장봉두 집배실장은 "빙판길에서 넘어지면 20㎏이 넘는 우편물이 우리를 덮치기 때문에 심하게 다칠 수 있다"며 "지난해 한 집배원은 빙판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면서 우편물에 무릎을 다쳐 6개월 동안 입원했다"고 말했다.
오 씨는 "추위와 사고 때문에 겨울철 배달이 힘들지만 주민들이 수고한다는 말을 하면 보람을 느낀다"며 "신묘년에도 집배원들 모두 사고 없이 맡은 일을 열심히 잘 해냈으면 한다"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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