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파 불어닥친 운전학원…수강생 급감·환불 봇물

기능시험 폐지 발표후

5일 오후 대구시내 한 자동차운전전문학원 주행연습장에서 수강생이 코스훈련을 마친 후 연습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5일 오후 대구시내 한 자동차운전전문학원 주행연습장에서 수강생이 코스훈련을 마친 후 연습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5일 오후 대구 달서구 S 자동차운전전문학원 연습장. 운행 중인 연습 차량은 30대 가운데 4대뿐이었다. 겨울방학 때면 수강생으로 가득찼던 학원이 얼마 전부터 한산해졌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 중인 김상수(19) 씨는 "얼마 전 기능시험이 폐지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미리 알았다면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예년 겨울방학 기간은 운전면허학원이 성수기였지만 올해는 썰렁하다. 정부가 지난해 말 운전면허 기능시험 폐지를 발표한 이후 수강생이 급감하고 있고, 수강료 환불 요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28일 행정안전부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주행시험에서 기능시험을 폐지하고 도로주행시험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은 운전면허시험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개선안은 전문학원에서 의무적으로 받는 운전교육 시간을 현행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고 학과시험도 752개의 시험문항을 300개로 대폭 줄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행안부는 이를 통해 현재 면허(1종 보통 기준)를 따는 평균 비용이 75만8천원에서 29만7천원으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평균 56만원에서 29만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은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방안 발표 이후 닷새 동안 수강생 50여 명이 수강료를 환불해갔다. 한 관계자는 "겨울방학은 성수기인데 수강하는 사람보다 환불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앞으로 수강생 모집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다른 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구의 S 운전전문학원은 1월 평균 하루 40~50명의 수강생이 몰렸지만 이달 3,4일 이틀동안 등록한 수강생은 단 14명뿐이었다. 학원 측은 "비수기 때보다 더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국운전전문학원연합회 측은 수강생이 계속 줄어들 경우 강사 인력을 절반 이상 줄일 수밖에 없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운전면허간소화 시험제도가 발표됐을 때도 강사의 20%가 일자리를 잃었다"며 "이번 발표로 더 많은 피해를 불러 올 것"이라 우려했다.

수강생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령의 운전학원 교습비 반환규정은 운전교습 전에는 100% 환불이 가능하지만 강습을 1시간 이상 받으면 교습받은 만큼 비용을 공제하고 남은 교습비의 50%만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효상(23) 씨는 "환불하고 싶어도 이미 교육을 시작한 상태여서 울며겨자먹기로 수업을 듣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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