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계에서 한 해의 시작은 1월이 아니라 3월이다.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매년 2월. '그래미상'시상식이 있은 후에 새로운 음악 판도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1957년 제정되고 1959년 첫 시상식을 한 그래미상은 올해 53회째를 맞는다. 흔히 그래미상이라면 대중음악을 떠올리지만 클래식음악과 음반관련기술을 망라하는 음반업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수상자는 '전미국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수상자에게 축음기 모양의 트로피가 주어진다. 바로 이 트로피의 이름이 '그래미'(축음기를 의미하는 그래머폰의 애칭)다.
올해는 무려 10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에미넴'과 6개 부문에 오른 '레이디 가가'의 수상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힙합뮤지션 '에미넴'의 수상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데 '전미국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가 지금까지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엘비스 프레슬리'도 전성기가 한참 지난 후 종교음악 부문에서 한 번 그래미를 수상 했을 정도다. 이런 보수성에도 불구하고 그래미상의 권위가 인정되는 것은 상업적 성과 뿐만 아니라 예술적 성취에도 주목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를 비롯한 많은 음악상이 철저하게 상업적 성과와 인기에만 집중되어 있는 점은 그래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든다.
한국에서도 매년 연말이면 가요 시상식이 열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1980년대까지 연말 가요 시상식은 한 해를 정리하는 최고의 볼거리였다. 특히 MBC에 '10대 가수 가요제'는 최고의 권위였다. 10대 가수 가요제는 1966년, MBC가 개국 5주년을 맞아 기획한 축하 공연이었다. 라디오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10명의 인기가수를 선발하고 공연장에서 방청객들을 대상으로 다시 투표를 해 가수왕을 선정했다. 텔레비전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일본 NHK의 홍백가합전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름도 '10대 가수 청백전'이었다. 1976년 다시 10대 가수 가요제로 명칭을 바꾸고 방송도 12월 31일에 하게 되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된다. 특히 최희준을 시작으로 남진, 나훈아의 신경전, 송대관의 스타탄생 그리고 영원한 가왕 조용필의 장기집권에 이르기까지 역대 가수왕의 탄생은 박진감 넘치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시상식의 부작용과 대중음악계 침체 등으로 10대 가수 가요제가 사라졌지만 기성세대들에게는 여전히 기억되는 세밑 풍경일 것이다. 올해는 순위매기기의 폐단과 아이돌 중심의 획일성을 현명하게 해결하고 다시 한 번 가수왕 탄생의 짜릿함을 경험했으면 한다.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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