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뿌리산업의 파수꾼 열간 단조 전문 ㈜민영산업

담금질한 쇠처럼 단단하게…"산업근간 지키겠습니다"

열간단조 전문업체 (주)민영산업 직원들이 2011년 신묘년 새해 더욱 힘찬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열간단조 전문업체 (주)민영산업 직원들이 2011년 신묘년 새해 더욱 힘찬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차영규 대표
차영규 대표

금력, 지력을 넘어서는 힘이 매력이라고 했던가?

지난 연말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내 ㈜민영산업에서 만난 차영규 대표는 왠지 모르게 끌리는 CEO였다. 1시간 넘는 인터뷰 내내 미소와 웃음이 얼굴에 가득했고 사례를 먼저 내세우고 하고자하는 말을 정확히 전달하는 화법을 구사하며 기자를 마력처럼 빨아들였다. 좌충우둘 그의 사업 인생을 듣고 있노라면 1시간 20분이라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차 대표는 고 정주영 회장의 명언처럼 '해 보긴 해봤어'란 단어를 깊이 새기고 있다. 도전 정신이 있고 끈기로 무장한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신념은 고교시절부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김천고 재학시절 우등생만 들어갈 수 있다던 꿈의 악대부. 새벽 닭이 울 때까지 책과 씨름하며 기어코 악대부에 들었다. "악대부에 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는데 들고 보니 단장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 꿈은 과감히 접었다. 학년이 오르면 될 수 있는 단장은 목표치고는 너무 작았다.

우연찮게 사이클 선수라는 엉뚱한 목표를 잡았다. 당시 전국 대통령배 사이클 대회가 열렸고 악대부에서 응원 지원을 나갔다 자전거에 꽂혔다. "허리를 굽히고 쌩쌩 달리는 사이클 선수들이 어찌나 멎져보이던지…." 하지만 김천고에는 사이클부가 없었고 그 흔한 경주용 사이클 자전거도 구할 수 없었다.

차 대표는 핸들이 구부러진 일명 '갈비 자전거'를 구하지 못해 철공소를 찾아 갈매기 모양 핸들을 직접 만들었다. 이후 방안에 고무줄로 다리 근력을 키우는 재래식 운동기구까지 만들었다. 혼자 감독, 코치, 선수까지 겸하는 김천고 1호 사이클 선수가 된 것이다. "가르쳐 줄 선생님도 함께 운동할 친구도 없어서 외로웠지만 전국 대회에서 한 번 우승을 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사이클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갈수록 커졌다. 추풍령 칼바람이 넘나드는 혹한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 십km씩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결과는 도 체육대회 5관왕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쏟아냈다.

◆우연처럼 찾아온 사업기회

사업도 마찬가지다. 우연처럼 찾아온 필연이었다.

30대 초반 어느 여름날 호프집에서 지인을 기다리던 중 옆 테이블에 건장한 사내 8명이 자리잡았다. 그리고는 이내 대화가 시작됐다. 물류업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대화가 오갔다. 순간 '내가 할 일이 바로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무작정 좋은 전화번호 3개를 샀고 사무실을 열었다. 물류의 '물'자도 모르는 차 대표의 사업인생이 시작됐다.

성실과 집념은 통했다. 3개월 동안 대구의 거의 모든 제조업체들을 찾아다녔다. 더 찾을 기업이 없어지자 전화통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사업 시작 6개월 만에 당시 6천만원을 호가하던 트럭을 샀고 2개월에 한 대씩 차들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 때 대구에서 가장 화물차를 많이 굴렸어요." 20여 대의 화물차를 운영하는 등 사업은 날로 번창해갔다. 직원들을 가족만큼이나 아꼈고 신뢰를 줬다. 월급을 꼬박꼬박 집에다 갖다 줬고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등 직원들의 맏형 노릇을 해냈다.

"중요한 건 사람이에요. 하지만 사장이 머슴 노릇 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었죠." 물류업을 시작으로 현재 열간 단조 전문업체인 민영산업을 차렸다. 차 대표는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트럭에 싣고 다닌 것들이 단조제품들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에겐 그런 깡이 아쉽다고 했다. 조금만 힘들고 아프면 중도 포기하는 잘못된 버릇을 고쳐야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금도 상황 탓, 남의 탓만 하지 말고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나 반성부터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현재 대학생인 아들에게도 무턱대고 사업체를 물려주지 않을 작정이다. 큰 기업에서 검증되고 실력을 인정받을 때 가업을 잇게 할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문 고용인에게 경영을 맡긴다는 것이다. "몸으로 부딪쳐 되지 않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뿌리산업 지키는 애국자

'쿵쾅, 쿵쾅'

웅장한 기계음이 공장에 메아리쳤다. 어른 키 세 배만 한 대형 단조 기계 앞에는 방호 앞치마를 두른 직원들이 벌겋게 달궈진 토막 난 쇠를 건져낸다. 단조기에선 1천200℃ 온도로 달군 쇠를 두드리는 작업. 일종의 담금질로 쇠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공정이다. 공장 입구 굵은 쇠를 자르는 절단기도 하루 20시간 멈춤이 없다.

민영산업에선 절단→가열→단조→트리밍→표면처리 등 다섯 공정을 통해 자동차 부품을 만든다. 이런 공정 모두가 뿌리산업에 해당된다. "민영산업 문을 열었을 때도 5년간은 수익이 나지 않았어요. 1주일에 일하는 시간이 8시간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하지만 산업의 근간이자 고용유발 효과가 크다는 '애국 산업'이란 말에 이끌려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함께 경영했던 물류회사에서 번 돈을 족족 민영산업에 쏟아부었다. 뿌리산업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신소재 사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합금동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했다. '신소재' 역시 뿌리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합금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관련 학과 교수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형과 현장에서 25년 넘게 기술개발에 힘써 온 현장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연구진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제 경영 철학이 사람에 대한 무한 신뢰입니다." 결과물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뿌리산업의 특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립 후 2년 동안 70억원 가량을 투자했지만 회사의 수입은 매년 '제로' 였다.

한 직원은 "수익이 나지 않는 데도 2년 가까이 투자만 할 수 있었던 것도 직원들에 대한 믿음에다가 동합금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귀띔했다.

차 대표는 "기업은 달리는 자전거와 같아서 멈추면 쓰러진다"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개발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우뚝서는 지역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주)민영산업 프로필

-대표 : 차영규

-설립 : 1989.3.1

-업종 : 제조업,자동차부품

-성장률 : 130%

-직원수 : 100

-소재지 : 대구 달서구 대천동 590-2

-연락처 : 053)583-9344

-홈페이지 : http://www.minyou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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