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육상강국을 가다] (2)자메이카 육상의 힘

매주 열리는 크고 작은 대회 참가선수 2,3천명 '대회 아닌 축제'

자메이카에서 육상은 하나의 문화이자 생활이다.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의 관문인 국제공항에 자메이카의 자랑 우사인 볼트의 세리모니 장면이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고 있다. 자메이카에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자메이카에서 육상은 하나의 문화이자 생활이다.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의 관문인 국제공항에 자메이카의 자랑 우사인 볼트의 세리모니 장면이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고 있다. 자메이카에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아사파 파월과 마이클 프레터, 브리짓 포스터 힐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훈련 후 함께 몸을 풀고 있다. 자메이카에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아사파 파월과 마이클 프레터, 브리짓 포스터 힐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훈련 후 함께 몸을 풀고 있다. 자메이카에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자메이카의 네빌 맥쿡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는 "자메이카가 육상 단거리 강국이지만 미국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최강' 미국을 녹다운 시키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자메이카가 이렇게 자세를 낮추는 이유는 엷은 선수층 때문이다. 우사인 볼트와 아사파 파월 등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가 있지만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갖춘 선수가 많은 미국처럼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는 것. 하지만 자메이카는 선천적 육상 자질에다 미국 못지않은 육상 역사와 저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역사와 타고난 신체조건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 연안 사람은 타고난 신체 조건에다 오래전부터 육상에서 좋은 성적을 내온 역사 때문에 '잘 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가득하다. 1948년 런던 올림픽 100m 결승 진출자 6명 중 4명이 카리브해 국가 선수였으며 자메이카 선수가 우승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도 카리브해 국가 선수들이 100m에서 1, 2위를 차지했으며 200m·400m·800m에서도 우승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땐 100m 결승 진출자 8명 중 6명이 카리브해 국가 선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적을 떠나 결승 진출자 8명 모두 서아프리카 출신이란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서아프리카 출신이나 후손으로 그 피를 물려받아 육상에 최적의 신체 조건을 타고 났다. 서아프리카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카리브해 연안에 정착했기 때문에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생물학적으로 '근거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무리 신체 조건이 좋아보여도 중요한 요소가 없으면 안 되는데 이들 선수의 공통점은 유전자 '액티넨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메이카 공업대학의 에롤 모리슨 교수는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서아프리카 지역 거주자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근육의 빠른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 성분'인 '액티넨A'가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 연안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다고 발표했다.

◆유기적인 시스템

좋은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유전자를 가진 선수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최고가 될 수 없다. 자메이카는 좋은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코치 육성 및 유망주 발굴, 기관·단체의 유기적 협조 등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자메이카는 우선적으로 훌륭한 코치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자메이카육상연맹은 최근 5년 동안 수십 년간 쌓인 성적과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수 출신을 대상으로 코치 육성 프로그램을 접목해 70명의 훌륭한 코치를 양성, 선수들을 지도하게 했다.

또 유망주 발굴 시스템, 발굴 후 관리 및 육성 프로그램, 국내 및 세계적 선수로 구분 육성·관리하는 시스템 등 장기 계획을 세우고 선수를 키우고, 이들 계획을 육상연맹과 정부, 학교, 각 육상 클럽 및 스폰서 간의 유기적인 협력 하에 추진해 탄탄한 육상 발전 기반을 만들어냈다.

◆육상대회는 축제

육상대회는 자메이카의 유망주 발굴 및 육성의 밑거름이다. 자메이카에선 1월부터 6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크고 작은 육상대회가 열린다. 한 주에 2, 3개의 대회가 열릴 때도 있다. 이들 대회는 최종 그랜드 파이널 대회로 대미를 장식한다. 내셔널 주니어 챔피언십은 6월 중순, 내셔널 시니어 챔피언십은 6월 말에 각각 열린다.

어떤 대회든 평균 2, 3천 명의 선수가 출전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챔피언 대회 땐 기록 제한 때문에 이보다는 적다. 관심도 뜨겁다. 자메이카에선 육상대회가 하나의 축제다. 파이널 대회에는 평균 3만 명이 경기장을 찾는다.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대회는 고교 육상대회다. 재능있는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맥쿡 집행이사는 "코치들이 고교 육상대회를 통해 가능성 있는 선수를 스카우트 한다"며 "단순히 기록만 보는 것이 아니고 신체 조건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단거리 강국을 넘어

자메이카는 자타 공인의 단거리 최강이다. 그러나 '단거리 강국'을 넘어 '육상 강국'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자메이카육상연맹의 장기 계획 중 하나가 중장거리 육성이다. 이를 위해 선수들에게 중장거리를 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훈련도 하고 있다. 하워드 아리스 자메이카육상연맹 회장은 "모든 선수가 단거리 국가대표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중장거리 등 다른 종목에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중장거리에 도전하면 결과는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포환던지기 등 필드 종목이나 10종 경기 등 비인기 종목에서도 좋은 성적 거두고 있어 이들 종목을 장기 육성하면 단거리만큼 좋은 성적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올해 열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자메이카 역대 최고의 성적도 기대하고 있다.

맥쿡 집행이사는 "대구 대회에서 부상만 없으면 남녀 100m, 200m, 400m 계주, 허들에서 모두 우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멀리뛰기, 남자 10종 경기, 포환던지기도 우승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단거리 편식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장거리나 필드 종목에서도 금메달리스트가 나오면 단거리에서 종목을 바꾸는 선수들이 많아질 것이고,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자메이카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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