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3각 논란'

시민단체·의사회 "찬성" 약사회 "반대" 시민들 "제한적 허용

일반의약품(OTC)에 대한 국민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해당 의약품을 약국뿐 아니라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당사자 간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주말·심야에 가정상비약 구하기 힘들어=건강복지공동회의와 소비자시민모임,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25개 시민단체는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현행 약사법 때문에 주말이나 심야에 가정상비약을 구입하는 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약국 외 판매는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하는 등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감기 등 가벼운 질환의 일반약 구매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전문의약품 처방 비중이 줄기 때문이라는 것. 이들 단체는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를 결성했고, 시민연대를 통해 앞으로 대국민서명운동과 국회입법청원, 가정상비약 선정을 위한 의약품 분류작업 참여 등의 활동을 전개한다.

개원의사들의 모임인 대한개원의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도 최근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대구시의사회 김종서 부회장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 크게 부작용이 없는 검증된 약이라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 어려워=대한약사회 등은 "약사만이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하는 약품의 즉각적인 회수 조치는 약국만이 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구시약사회 전영술 회장은 "일반의약품의 경우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문제 제기가 돼서 회수되는 약품이 많다"며 "최근 일부 감기약이나 살충제, 어린이 시럽제 등도 특정 성분 때문에 회수 처분이 내려졌다"고 했다.

전 회장은 또 "이처럼 회수되는 약들은 약국에선 하루 만에 조치가 이뤄지지만 일부 음성적으로 판매하는 구멍가게 등에서는 6개월이 지나도록 버젓이 판매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국의 약국이 2만1천여 곳으로 우리나라의 약국 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한적인 약국 외 판매는 허용해야=시민들은 대체로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찬성하고 있다. 회사원 정주환(38) 씨는 "일반 두통약이나 해열제를 살 때 약사가 무슨 용도로 쓰려는지 묻지 않고 그냥 판매한다"며 "이런 식으로 판매되는 약이라면 굳이 야간이나 주말에 쉽게 찾을 수 있는 슈퍼마켓, 편의점에서 파는 것도 좋다"고 했다. 주부 곽명진(45) 씨는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의약품 전체를 허용해선 안 될 것"이라며 "해열제·소화제·드링크류 등 안전성이 입증된 가정상비약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OTC(일반의약품)='Over The Counter'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의사 처방 없이 사고 팔 수 있는 약을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2만7천900여 가지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을 1만700여 개(38.5%)로 정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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