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 지은 이름 하나, 고객 손길 '확'… 네이밍 마케팅

식품업계 '네이밍 마케팅' 후끈

최근 식품업계가 긴이름 짓기에 푹 빠졌다. 포장지를 꽉 채울 정도의 긴 이름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제품의 특징을 상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백화점 제공
최근 식품업계가 긴이름 짓기에 푹 빠졌다. 포장지를 꽉 채울 정도의 긴 이름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제품의 특징을 상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백화점 제공

최근 식품업계에 '네이밍 마케팅'(Naming Marketing)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이름을 짓는 것이 식품업계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은 것. 제품의 첫 이미지를 좌우하는 것이 브랜드 이름인데다 비슷한 종류들의 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회사만의 독특한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20자를 넘는 긴 이름 인기='신당동 장독대를 뛰쳐나온 떡볶이 총각의 맛있는 프로포즈', '학교 앞 떡볶이 맛이 그리울 때 쌀떡볶이',

'큼직한 야채와 돼지고기가 씹히는 중화 짜장면', '천일염과 참기름으로 살짝 두 번 구운 조미 김밥용김', '목초를 먹고자란 건강한 닭이 낳은 달걀' 등 최근 식품업계에는 긴 이름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백설'의 '계란을 입혀 부쳐먹으면 정말 맛있는 해물맛 소시지'는 제품명이 무려 21자에 달한다. 예전에 분홍 소시지에 계란을 입혀 도시락 반찬으로 싸 갔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이름이다. 우유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우유'의 '언니 몰래 먹는 딸기오레'와 '동생 몰래 먹는 바나나오레'는 깜찍 발랄한 느낌의 이름에서부터 자매간 경쟁의식을 부추겨 몸매 관리 욕구를 반영한 제품임을 읽을 수 있고, 몰래 먹어야 할 정도로 맛이 좋다는 점을 강조해 맛과 몸매 관리의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포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긴 제품명이 대세를 이루는 것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제품의 특징을 잘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웰빙 열풍과 함께 최근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 증대로 제품의 재료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긴 이름의 제품이 좋은 호응을 얻는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대구백화점 본점과 프라자점의 식품관 상품 중에 긴 이름 상품들이 경쟁 상품보다 평균적으로 20~30% 판매량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 모자란 정보를 공략하라='보송보송 구름산책', '살랑살랑 들꽃내음', '햇살가득 화원의 향' 등 이름만 봐서는 도대체 이 상품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품명도 있다. 섬유유연제 제품명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들 브랜드 네임은 포근함과, 은은한 향을 기대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자심리를 자극한다.

상품의 원료에 대한 안전성을 알리고자 재료 원산지를 상품명에 표기한 제품도 최근 성공 네이밍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오리온 고급 과자 브랜드 닥터유는 '뼈가 좋아하는 남해 통멸치 크래커', '비타민을 좋아하는 해남 단호박 쿠키', '머리가 좋아지는 임실치즈 쿠키' 등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경쟁업체 상품의 허점을 파악해 자사의 상품명으로 표기한 성공 사례도 있다. 백설 '바로구워 먹는 호떡 믹스' 제품의 경우 경쟁사 제품이 밀가루의 발효시간을 위해 2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다는 점에 착안, 상품명에 '바로구워'라는 문구를 삽입함으로써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환타 쉐이커 흔들흔들'은 탄산음료는 흔들면 안 된다는 기존의 관념을 뒤집어 "꼭 흔들어 마시라"는 메시지를 이름을 통해 빠르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숫자를 이용한 네이밍 마케팅도=식음료 제품에는 긴 제품명 이외에도 유난히 숫자를 사용한 이름이 자주 눈에 띈다. 브랜드의 숫자가 커 칼로리나 국산 식재료, 건강 등 제품의 특장점을 간략하면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데다 소비자에게도 호기심과 신뢰감을 주는 등 여러 가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차별화 효과도 숫자형 상표가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코카콜라음료는 '코카콜라 제로(0)'에는 칼로리뿐 아니라 탄수화물, 당, 단백질, 지방, 콜레스테롤 모두가 없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샘표식품의 '샘표 양조간장 501S'는 단백질 함량이 1.5%로 일반 간장(1.0%)에 비해 높은 고급 제품이다. 샘표식품 측이 이러한 제품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숫자 1.5를 발음하기 쉬운 501로 역조합한 뒤 '특별하다(Special)'는 뜻의 이니셜 S를 붙여 '501S'로 탄생시켰다.

CJ제일제당의 '해찬들 100% 국산고추장'과 '해찬들 100% 국산된장', 대상FNF의 '100% 국산 표고버섯두부'는 브랜드에 표기된 숫자 100을 통해 100% 국산 식재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칼로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브랜드에 숫자를 쓴 제품도 많다.

동아백화점 쇼핑점 박병구 식품팀장은 "식료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수많은 종류 속에서 순간적으로 눈에 띄는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가급적 많은 정보를 제품명에 담을 필요가 있다"며 "이것은 상품의 원료, 특성, 제조방법 등을 집약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일환으로 점차 더 많은 상품군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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