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습관된 절약정신…필요한 투자엔 '통큰 회장님'

SL 이충곤 회장

'내가 짠돌이라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해할 수 있다. 이 회장은 한 해 2조3천억원이라는 '억' 소리 나는 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 수장이지만 너무나 검소한 성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오전 ㈜SL 회장실. 천장에 조명이 여러 개 달렸지만 불빛을 내고 있는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조금 어둡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결재용 책상과 업무 데스크에 각각 설치된 7.5W짜리 LED 조명 두 개가 은은한 불빛을 뿜어낼 뿐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죠." 입구 벽면 조명 스위치만 18개. 조명 개수만큼 스위치가 달려 있다. 필요한 불만 켜고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외국에 출장을 가도, 국내에서도 화장실 불까지 다 끄고 나온다. "내 것은 절약하고 남 것이라고 아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난방도 마찬가지. 회장 방이라면 회장이 들어오기 전에 비서가 방을 데우기 위해 수분 전부터 켜 놓는 게 보통이지만 이 회장에겐 비상식적인 일로 통한다.

이런 절약 정신은 소신을 넘어 습관이 돼 버렸다.

현재 지역 최대 거목으로 성장한 SL이지만 1954년 창립한 이래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선친이 여동생이 아끼는 피아노까지 팔아가면서 회사를 일으킨 것도 봐 왔다. 돌아가신 장인어른 역시 검소가 몸에 밴 사람이었다. 처가 역시 한 해 4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기업이지만 허투루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과거 기업가들이 은행 지점장을 찾아 친분을 쌓아야 했을 때도 도리어 은행장들이 연초부터 선물을 사들고 장인어른에게 인사를 왔을 정도였어요."

이 회장은 사람도 무척이나 아낀다. SL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경력과 노하우를 썩히는 법은 없다. 58세가 공식 정년이지만 본인이 애착을 가진다면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이 번창할 때 위기를 준비하고 인재가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은 기업가라면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할 덕목입니다."

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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