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디컬 프런티어]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신동구 교수

가끔 가슴 답답 '심방세동'…놔뒀다간 뇌졸중'심근경색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신동구 교수는 부정맥 중에서도 심방세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신동구 교수는 부정맥 중에서도 심방세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신동구(51) 교수는 심장 부정맥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심방세동(心房細動)을 주로 다룬다. 심방세동은 심장 부속기관인 심방이 제대로 수축운동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 방치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병으로, 약물치료가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 입원해서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심방세동은 소리없는 살인자

"고혈압이나 당뇨를 '소리없는 살인자'라고 부르는데 심방세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신을 잃거나 극심한 통증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가끔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고, 가슴이 별다른 이유없이 답답한 증상만 있을 뿐이다. 그마저 만성으로 진행하거나 노인들은 전혀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중풍이나 호흡곤란 등 심부전 증세로 입원한다.

심방세동은 말 그대로 심방이 가늘게 떨리는 현상을 말한다. "자루 속에 지렁이를 가득 채워놓고, 바깥에서 보면 자루가 꿈틀꿈틀하는 모양을 떠올릴 수 있죠? 바로 이런 상태가 심방세동입니다." 심장은 원래 심방과 심실이 세찬 수축운동을 통해 신체 각 부분으로 피를 원활하게 공급해야 하는데, 이런 심방세동이 생기면 효과적인 수축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심장이 제대로 피를 뿜어내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물이 잘 흐르지 않고 고여있는 경우, 물이끼나 물때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심장에서도 피가 잘 돌지 않으면 피가 엉겨붙어서 혈전이 생기죠." 이처럼 심방에서 형성된 혈전은 언제든지 떨어져나와 온 몸으로 돌아다닐 수 있다. 머리로 올라가서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 즉 중풍이 생긴다.

"실제로 얼마 전 병원 복도에서 한 중년 환자를 만났습니다.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는데, 가만히 보니 몇 해 전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환자였습니다. 한동안 진료를 받지 않더니 결국 중풍이 와서 신경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죠."

그 환자는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한창 일을 할 나이지만 거동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심방세동의 경우 워낙 증상이 미미하다보니 환자들이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지 않거나 치료를 받다가 중단하는 경우도 잦다. 이 환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장세동은 고혈압, 당뇨 환자에게도 많이 생기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노인들에게서 자주 발생합니다."

◆2003년부터 전극도자 절제술

신 교수는 앞으로 심장 분야, 특히 부정맥에서 '심방세동의 정복'이 앞으로의 목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65세 이상 노인 중 5%, 80세 이상의 10% 이상이 이 병을 갖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발병 원인이나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

현재로선 약물치료가 원칙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전극도자 절제술'이라는 시술을 받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신 교수를 찾는 환자 중 80% 이상이 부정맥이고 나머지는 협심증 등 다양한 증상으로 찾아온다. 이들 환자 중 무려 60%가 심방세동에 해당한다. 매주 150명 안팎의 환자에게 심방세동 진단을 내린다. 대부분 노년층이 많지만 젊은이도 상당수다.

"대개 심전도나 심장초음파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갑상선이나 심장판막 이상으로 심방세동이 오는 경우처럼 원인이 확실하다면 치료도 그만큼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다만 조기에 치료하면 그만큼 효과가 좋습니다."

신 교수는 2003년부터 '전극도자 절제술'을 시작했다. '부정맥 시술의 꽃'으로 불리지만 그만큼 까다롭다. 원리는 간단하다. 대개 심방세동은 심장 뒤쪽에 있는 폐정맥에서 발생하는 이상 전류 때문이다. 만약 폐정맥과 심방 사이의 전기흐름을 차단한다면 심방세동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원리. 고주파를 이용해 폐정맥과 심방 연결 부위 안쪽을 빙 둘러서 차단한다.

보기와는 달리 매우 어려운 시술이다. 예전엔 가슴을 열어서 수술했지만 지금은 사타구니로 도관을 삽입해 대동맥을 지나 심장까지 닿게 한 뒤 기구를 집어넣어 시술한다. "상당히 위험한 시술입니다. 심방의 두께가 2, 3㎜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칫 시술 중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뒤쪽으로 여러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해야 합니다."

◆"자상하고 친절한 의사 되고파"

시간은 대개 5시간가량. 심장 내부를 들여다보려면 X-선을 쪼이며 시술해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납옷까지 입고 있어야 한다. 신 교수는 연간 80~100례 가량 이 시술을 한다.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환자에 비해 시술 환자는 미미할 정도로 적은 편이다. "6주 이상 약물치료를 한 뒤 개선이 없어야 시술할 때 보험이 인정됩니다. 게다가 환자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시술까지 가는 환자는 많지 않은 편이죠. 아울러 보험이 적용되더라도 아직은 시술에 따른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신 교수는 계명대 동산의료원 김윤년 교수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처음 심방세동 시술을 배울 때도 많은 도움을 주셨고, '대구'경북부정맥연구회'를 통해 공동 연구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부정맥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보니 병원 간의 벽을 허물고 만든 모임이다. 수도권 대형병원 같으면 한곳에만 서너 명씩 부정맥 전문가가 있지만 지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 환자에 관한 정보도 교류하고 어려운 케이스가 있으면 자문을 구하고 서로 돕는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고교 시절 법학도를 꿈꿨던 신 교수는 영남대 의대 첫 입학생이 됐다. 의외로 의학 공부는 적성에 맞았고 졸업 동기 56명 중 2등으로 졸업했다. 어떤 의사로 기억되고프냐는 물음에 그는 "대학병원은 3차병원이다.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곳인 만큼 자상하고 친절한 의사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일본의 한 노(老)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죠. 가장 훌륭한 의사는 자기가 큰 병을 앓아본 의사라고. 유능한 의사도 좋지만 환자의 고통을 알고 함께 아파할 줄 아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글'사진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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