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군 금수면 후평리 '진성공동체'

성경 말씀대로 공동체 생활 '결실'

▲진성공동체 신도들이 밭에 채소를 심고 있다.
▲진성공동체 신도들이 밭에 채소를 심고 있다.
▲아이들이 진성공동체 내 영어교실에서 영어교육 자원봉사자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다.
▲아이들이 진성공동체 내 영어교실에서 영어교육 자원봉사자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다른 목사들이나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많이 받았죠. 특수한 목적을 가진 맹신도 집단으로 말이죠. 하지만 15년 동안 서로 사랑하며 자연과 더불어 잘 살고 있죠. 이제는 모두 인정하고 있어요. 제 신념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뿌듯합니다."

진성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고령 다산면 평리리) 강흥찬(59) 목사는 15년 전 성주군 금수면 후평리에서 '새로운 실험'을 했다.

사도행전 2장 44절 등 성경 말씀에 있는 공동체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집을 짓고 같이 먹고 잘 수 있는 터를 잡은 것이다. 이름은 '진성공동체'. 강 목사는 "국내 교회들이 너무 세속화되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바뀌면서 교회 내에서조차 일체감이나 연대감이 없다. 그런 모습에 환멸을 느꼈고 교회의 본질인 공동체 생활을 꿈꾸게 되었다"고 술회했다. 그렇다면 진성공동체는 어떤 곳일까.

◆처음엔 오해…이젠 성공적 평가

신도로부터 기증받은 2천㎡의 땅에 건물 하나를 짓고 시작한 공동체 생활이 지금은 주택과 건물 9개 동을 포함해 모두 총 5만㎡(임야 포함)까지 늘어날 만큼 확대됐다. 처음에는 4명이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지만 같이 생활하던 신도들이 결혼해 자식을 낳고 외부에서 1, 2명씩 추가로 들어오면서 이제는 7가구 27명의 대가족을 이루었다. 또 주말이나 방학 때는 40여 명의 신도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와 이곳 생활을 즐긴다.

진성공동체는 지금까지 언론에 한 차례도 소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공동체 생활 자체가 조심스러웠다. 특수 목적을 가지고 공동 생활을 하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종교집단이 간혹 있어 처음에는 그런 오해를 받기도 했다. 강 목사는 "특수 목적을 가지면 특수 집단이 되지만 우리 공동체는 특수 목적 없이 성경 말씀대로 평범하게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이라고 했다. 강 목사는 오랫동안 원활하게 운영된 것에 자신감이 생겨 외부에 생활 모습을 공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서대구노회 목사들을 초대해 이들의 모습과 현장을 공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신도들 또한 이곳 생활에 무척 만족스럽다고 한다. 21살 때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강현정(37'여) 씨는 "전원생활을 맘껏 즐기면서도 옆에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외롭지 않다"면서 "3명인 아이를 항상 이웃에 맡길 수 있어 외출 등이 자유롭다"고 말했다. 주말이나 방학 때면 이곳에서 산다는 초등학교 교사 박재영(37) 씨는 "삭막한 도시 생활과 달리 이곳에서는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 자녀 교육은 향후 걱정거리다. 자식들이 중학교나 고교로 올라가면 교육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에서는 대안학교 운영을 구상하고 있다.

◆자연 속 자급자족 생활, 교육 품앗이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농사를 기반으로 한 자급자족 생활이다. 이를 대변하듯 여유공간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논과 밭, 과수원이 자리하고 있다. 벼농사는 기본이고 배추나 상추, 미나리, 고구마 등 웬만한 채소는 직접 길러 먹는다. 농약도 전혀 치지 않는다. 유기농을 통해 자라는 것만 캔다. 각종 동물들도 사육한다. 고양이나 토끼, 닭, 꿩, 앵무새 등 종류만 30여 종이다. 하나의 자그마한 동물원을 만들어 아이들의 학습장으로 이용하고 식용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자급자족 생활은 건물 짓기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신도들이 각자 묵을 집은 물론이거니와 예배당이나 식당, 별장 등 모든 건물이 'DIY'(Do It Yourself)로 제작된 것이다. 특히 패널과 목재 등 복합 재료를 이용한 2층짜리 건물은 전문가들이 감탄할 정도로 잘 지어졌다. 강 목사는 "신도들이 건물을 짓는 공사 현장에 가서 일일이 물으면서 노하우를 배웠다"고 말했다. 각종 푯말이나 기자재 등도 별도의 작업장에서 수시로 제작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품앗이'교육도 빼놓을 수 없는 이곳의 자랑거리다. 교사나 수의사, 유아교육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신도들이 국어, 수학, 영어 등 각 분야별로 나눠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마을 내에 도서관도 있어 독서 교육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식물원이나 농장, 동물원 등이 있어 아이들이 직접 기르고 키우면서 자연학습도 자연스레 체험하고 있다. 강 목사는 "스킨스쿠버 장비도 있어 단체로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 강이나 바다에 가서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고 했다.

강 목사는 "도시 교회에서는 사랑을 직접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 반면 이곳에서는 사랑과 협동을 직접 느끼고 훈련할 수 있다"며 "교회 공동체 생활의 성공적 모델로 보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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