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직자 비리의 심각성 보여준 '함바 게이트'

건설 현장 식당 운영권을 둘러싼 뇌물 비리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10일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조사가 임박했다는 보도다. 강 전 청장은 함바 운영권을 얻어주는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에다 브로커 유모 씨에게 4천만 원을 주면서 해외 도피를 권유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함바 게이트'의 장본인인 유 씨가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공직자 중에는 여야 국회의원, 전현직 장'차관, 광역자치단체장, 청와대 행정관, 공기업 사장에서부터 건축 인'허가 담당 공무원, 재개발 조합장 등 실무자까지 전방위적이다. 현재 수사 선상에 오른 핵심 인물만도 30명에 이른다고 한다. 누가 얼마만큼 뇌물을 받았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할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유 씨의 검은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입이 딱 벌어진다.

지금까지 드러난 브로커 유 씨와 그 비호 세력들 간 비리 정황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얼마만큼 만연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브로커 유 씨는 자기 주변 사람들의 인사 청탁까지 집요하게 하고 다녔다니 그야말로 손을 안 뻗친 데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더욱이 고위 공직자에서부터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누구랄 것도 없이 금품을 받고 뒤를 봐주는 부도덕상은 범죄 집단을 무색하게 한다.

검찰은 유 씨가 어떤 이권에 개입했는지, 유 씨에게서 뇌물을 받고 비호한 인사들이 과연 누구인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제2, 제3의 권력형 비리를 막고 공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그 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과거 여러 차례 이와 비슷한 게이트가 터졌어도 공직자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수사에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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