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매몰 대상 가축이 130만 마리에 육박한 10일까지도 구제역 사태는 수그러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구제역이 첫 발생한 안동은 17만여 마리의 한우와 돼지 중 14만여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축사는 거의 텅 비고 말았다. 안동에서는 그동안 방역 당국이 제기한 '축산농가 책임론'이 신빙성을 잃게 되면서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검역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초기 차단 방역을 허사로 돌아가게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기된 의혹들, 사실로 확인=구제역 발생 초기부터 인력·장비 부족과 약품공급 차질 등 방역 당국의 늑장대처에 대한 지적(본지 2010년 12월 1일자 9면)이 나왔다. 이어 초기 발생지와 역학 관계에 있는 축사를 살처분 대상에서 누락시킨 당국의 실수에 대한 지적(2010년 11월 30일자 10면 보도)에 이어 하루 만에 구제역이 반경 8㎞ 밖에서 발생한 점을 들어 초기 반경 3㎞ 방역선을 10㎞로 확대해야 한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구제역 사태 한 달째를 맞은 작년 연말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 매개체로 지목된 베트남 여행 축산농가 세 사람 중 한 사람의 축사에서 한우 234마리가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역 양축농가들이 제기한 초기 역학 조사의 오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이에 앞서 첫 발생지인 양돈단지 내에서 구제역 발생 이전 수백 마리의 돼지가 폐사돼 암매장됐다는 지역 축산농들의 의혹 제기에 이어 경찰의 현장 조사에서 폐사 돼지 수백 마리가 매몰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대책본부가 작년 11월 29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보고한 구제역 발생상황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2011년 1월 3일자 1면)된 이후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그동안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던 당국도 농장주 스스로가 의심축 첫 신고농가였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밝힌 이달 4일 이후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당국의 어정쩡한 태도=축산 당국은 아직도 베트남 여행 축산농가가 구제역 매개체였다는 잘못된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당국은 지금도 축산업 허가제와 가축전염병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눈으로 하는 예찰에도 못 미치는 검역의 신빙성과 주먹구구식 역학조사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등 구제역 위험국가 출신 외국인 단기 축산인부 취업실태 조사와 그들을 대상으로 한 방역 프로그램 구축이 더욱 시급하다는 점을 당국은 기껏 파악하고서도 외면하는 실정이다.
◆풀리지 않는 의혹들=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되다시피한 초기 구제역 차단 방역이 왜 허사가 됐을까. 발생 하루 만에 발생지 인근 8㎞ 농가에서 두 번째 구제역이 나타났는데도 왜 방역선을 확대하지 않고 초기 반경 3㎞ 방역선에만 집착했나. 또 발생 초기 허둥대다가 구제역이 상당기간 방치되는 바람에 3㎞ 방역선을 넘어 주변으로 확산된 뒤에야 '뒷북 방역'에 나선 실수는 없었는가. 첫 발생지를 중심으로 반경 10㎞ 안팎에 무려 282곳의 축사에서 구제역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 의심축 신고를 누락한 장관에게 제출한 보고서는 누가 작성했으며, 무슨 이유로 조작을 했는가. 구제역 사태와 관련해 아직도 풀어야 할 의혹들이 너무도 많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