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생고등어 한마리 8천원이라니… 물가 껑충 뛴 재래시장

어획량 감소로 생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6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 어물전에서 팔리고있는 자반고등어.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어획량 감소로 생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6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 어물전에서 팔리고있는 자반고등어.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7일 낮 12시 대구 북구 칠성동 칠성시장. "생고등어 한 마리 얼마예요?" "8천원입니다."

생선가게 앞을 지나던 50대 주부는 고등어 가격을 듣고 난 뒤 등을 돌렸다. 10분간 손님 서너 명이 가게에 들렀지만 생선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부 석종순(43) 씨는 생고등어 대신 값이 싼 자반 고등어 한 손을 골랐다. 석 씨는 "1년 전에 5천원했던 생고등어가 8천원으로 올라 이 돈으로 두 마리를 살 수 있는 자반 고등어를 샀다"며 "식탁에 자주 올리는 고등어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스럽다"고 했다.

새해 벽두부터 수산물과 과일, 채소 가격이 폭등해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파와 폭설이 잇따르고 변덕스런 날씨 탓에 물가는 앞으로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여 설 명절을 앞둔 서민가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칠성시장에서는 생선을 사러 나왔다가 비싼 가격 때문에 생선 구입을 포기하는 시민이 부지기수였다.

김영남(56·여) 씨도 생선을 사지 못했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경북 울진 바닷가 출신이어서 생선을 즐긴다"며 "서민 반찬이라는 고등어값이 크게 올라 손이 떨리는데 다른 생선은 엄두도 못 낸다"고 푸념했다. 칠성시장에서 25년째 생선을 팔고 있는 마분늠(65·여) 씨는 "한 마리에 1만2천원 하는 조기 가격도 곧 오를 것"이라며 "생선 가격은 한 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데 손님들이 지갑을 닫을까봐 걱정이 많다"고 했다.

채소와 과일도 가격이 껑충 뛰었다. 주부들은 대파 한 단을 사는 데도 여러 번 망설였다. 채소가게 앞에 멈춘 이순자(68·여) 씨는 3천원짜리 대파 한 단을 앞에 두고 한참 동안 고민하다 지갑을 열었다. 이 씨는 "예전에 1천원하던 대파가 3천원으로 올랐다. 옆집에서 배추 한 봉지에 6천원을 주고 샀다"며 "채소값이 너무 올라 장 보기가 무섭다"고 했다.

폭등한 물가 때문에 서민들은 다가오는 설이 부담스럽다. 정미숙(52·여) 씨는 "물가가 오른다고 해서 명절 음식 준비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치솟는 물가가 제일 힘겹다"고 걱정했다.

농수산물유통정보(KAMAIS)에 따르면 7일 도매가격 시황으로 녹두(40kg) 중품이 1년 전보다 107.2% 올랐고 콩, 팥, 감자의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갑절 가량 비싸졌다. 고등어와 갈치는 1년 전보다 값이 30% 안팎 올랐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락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12월 28일 2천500원에 거래되던 포도 특1급 상품(5㎏)은 7일 10일 만에 4배 이상 폭등했다. 감귤 특 1급 상품(10㎏) 역시 같은 기간 1만6천원에서 2만5천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곳 관계자는 "갑자기 눈이 많이 오고 강추위가 잦아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의 생장에 지장을 준 데다 폭설로 망가진 하우스가 많아 작물 가격이 뛰고 있다"며 "현재 추세로 볼 때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채정민·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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