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말에 경희대학교의 수시 전형 합격증과 시집 한 권이 내 책상 위에 놓였다. 합격증을 담임 선생님도 아닌, 교육청의 장학관에게 가져다 놓은 것이다. 전문직 11년째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예창작영재교육원 재학생이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부터 3년 동안 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예창작영재 교육원에 다녔다. 고등학교 3학년인데도 불구하고 매주 토요일 4시간의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여름 방학의 1박 2일 문예창작 캠프에도 참여했다. 3년간의 문예창작영재교육 경험과 지난해 9월 자신이 발간한 시집 '소금 사막'으로 '네오 르네상스-창의인재' 전형에 도전한 것이다. 그리고 합격했다.
자신의 합격 사실을 알리고, 교육청의 문예창작영재교육원 교육에 감사하기 위해 합격증과 자신의 시집을 들고 교육청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합격증과 함께 놓인 시집을 펼쳐드니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장 선생님이 쓴 추천사가 먼저 눈에 띄었다.
"학생이 책으로 엮어낼 자신의 작품을 가지고 와서 추천사를 부탁했습니다. 무척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학생의 첫인상은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리고 순수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한 해 200권에 달하는 독서량, 그리고 끊임없는 사색으로 무르익은 정신과 지혜를 느끼며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대체로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은 자신의 지식을 사유화하여 남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또 자신의 노력으로 대학에 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세태인데도 불구하고 이 학생은 합격증과 자신의 시집을 들고 교육청까지 찾아왔으니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2008년 전국 교육청 단위로 처음 문예창작영재교육을 시작하면서 담당 장학사와 함께 겪었던 어려움이 불현듯 생각났다.
2008년 문예창작영재교육원을 수료한 어느 여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이 여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문예창작영재교육원에서 소설 창작 수업을 받았다. 자신의 꿈인 소설가를 좇아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려대학 국어교육과에 특별 전형으로 입학했다. 그리고 책쓰기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쓴 '13+1'을 근거로 국가인재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그래서 국가 인재로 선정되어 4년 동안 전면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더 놀라운 일은 이 학생이 대학 입학 후 친구들을 모아 문예창작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 교육에서 틔운 싹이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디자인드 바이 대구 에듀케이션(Disigned By Daegu-education)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는 학생의 잠재력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래야 대구가 진정한 교육도시이다.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댓글 많은 뉴스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원희룡 "대통령 집무실 이전, 내가 최초로 제안"…민주당 주장 반박
한동훈 "尹 대통령 사과, 중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