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서 논술 톺아보기] 구술면접고사의 의미

2010년 12월 20일, 대구논술지원단이 정시모집 대비 구술면접교실을 실시했다. 구술면접교실은 2008년부터 이루어졌는데, 각 대학에 원서를 제출한 학생들의 신청과 대구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대구논술지원단이 진행했다. 구술면접교실을 교육청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구술면접시험은 대체로 기본소양평가와 전공수행평가로 나뉜다. 사범대나 교대는 교직 적성과 관련된 질문이 포함된다. 기본소양평가는 전공과 상관없이 지원자 태도, 사회성, 됨됨이, 발전 가능성을 엿보기 위한 질문으로 채워진다. 성장 과정이나 지원 동기를 비롯해 시사적인 이슈에 관한 견해 등을 주로 묻는다. 대학교 측에 미리 제출한 학생부, 자기소개서, 수학계획서, 추천서 등의 내용과 관련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 자료가 곧 채점관의 질문 근거이기 때문이다. 또 학과 지원 동기, 지원 학교의 건학 이념과 교훈 등 지원 대학에 관한 정보도 질문할 수 있다. 지원자의 생활신조, 좌우명, 봉사활동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질문할 수도 있다. 나아가 시사적인 질문은 주로 지원자의 가치관과 사회변화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하기 위해 이슈가 되었던 시사문제를 질문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공과 관련된 질문이다. 전공수행평가는 계열에 따른 수험생의 학업능력을 평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주로 전공 관련 고교 교과 지식의 이해도 및 지원한 모집단위를 수학하는데 필요한 자질을 평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관련 전형의 모집단위가 큰 논술고사와는 달리 구술면접시험은 계열별로 면접 평가 영역과 문제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추세는 인문·자연계열 모두 교과 과정 지식 자체보다는 이를 시사적이고 이론적인 쟁점과 연결시키는 능력, 즉 자료에 대한 해석능력과 논리적인 접근능력, 문제 해결능력 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논술고사와 마찬가지로 구술면접시험도 통합교과적 성격으로 출제되는 것이 대세다. 최근 실시되는 구술면접시험을 '말로 하는 논술시험'이라 부르는 상황이다.

2011년 구술면접교실은 지역 대학인 경북대학교가 정시모집에서 심층면접을 폐지하면서 신청 인원이 대폭 줄었다. 오후 11시가 넘도록 모의면접이 이루어졌던 지난해에 비해 훨씬 여유를 가지고 모의면접을 실시했다. 개별면접에 이어 작년에 하지 못했던 3, 4명 집단면접, 나아가 학생들끼리 이루어진 토론면접도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대와 사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라 교육과 관련된 내용이 중심이었다.

단순히 교대나 사대를 지원한 이유를 물어보는 단계를 넘어 초등학교 일기 검사와 관련된 인권 문제에 대한 의견, 창의인성교육의 의미, 인권조례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찬반 논쟁도 실시했다. 면접관들은 학생들의 태도나 언어습관, 그리고 논리적 일관성 등을 판단하여 면접이 끝나고 난 뒤 조언을 했다. 학생들은 모의면접이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술회했다.

구술면접시험은 짧은 시간 실시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유용한 선발고사이다. 1시간 가까운 심층면접도 있지만 대부분의 면접은 10분 이내로 실시된다. 그런데 그 10분이란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라는 점이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10분 이내에 자신의 바닥을 드러낸다. 면접관은 10분이란 시간 동안에 개별 학생들이 지닌 지식,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비롯하여 인성과 적성까지 파악할 수 있다. 전공교과에 대한 질문까지 포함하면 금상첨화다. 전공 교과의 속살이야 대학 진학 이후 배울 내용이지만 그 진로에 대한 학생의 열정과 관심의 깊이는 면접만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 알고 있는 내용을 자신만의 표현기법을 통해 드러내는 능력도 학생마다 천차만별이다. 문항을 주고 난 다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부여하여 답안을 작성하고, 답변할 때는 메모된 답안을 참고할 수 있게 한다면, 그리고 정리한 답안을 받아서 평가에 반영한다면 단지 언변에 능한 학생에게만 유리한 제도는 아닐 것이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경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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