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자치 20년] <2>재정위기가 지방자치 위기 부른다

지출 늘어도 지방세수 증가는 어려워, '지자체 재정 파산' 남의 일

지난해 11월. 대구시내 7개 구청에 비상이 걸렸다. 12월 직원들의 인건비 예산이 동났기 때문이다. 7개 구청의 예산 실무자들은 긴급하게 대구시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고, 대구시는 각 구청 당 특별교부금 12억원씩을 긴급 지원했다. 대구시가 지원하는 특별교부금은 그동안 특정 용도를 지정해 지원했지만 이번에는 인건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일반 재정지원 명목으로 편성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각 구청의 취득세·등록세 세수가 감소한 탓이었다. 동구청 관계자는 "대구시의 예산 지원이 없었으면 인건비 일부를 못 줄 상황이었다"며 "문제는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7월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지불 유예'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소위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유명해진 당시 사태는 판교 특별회계를 일반회계로 전환해 SOC 사업을 진행해오다가 국토해양부와 LH 등에 정산할 5천억원을 갚을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부자 도시인 성남시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자 인근 지자체에 위기감이 급속히 퍼지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됐다.

성년을 맞이한 지방자치가 직원들의 인건비도 못 줄 정도로 재정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재정의 위기가 지방자치를 위기로 내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재정위기가 왜 발생했을까? 중앙정부와 서울의 언론들은 지방정부의 재정 운영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005년 이후 지방재정의 세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 지방재정과 중앙정부의 최종 지출 비중이 '6대4'이지만 지방재정 세입 규모의 경우 지방세와 국세 수입의 비중이 '2대8' 수준으로 정체된 탓이다.

◆재정 위기의 원인=지방재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세는 취득세·등록세, 지방소비세, 자동차세 등으로 이뤄진다. 그 다음이 국고보조금이다. 위기는 이 같은 세입 구조가 왜곡된 탓이다. 취득세·등록세는 부동산 거래의 침체와 더불어 세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특히 2008년 정부가 감세 정책을 폈고, 이는 지방정부 세입에 악영향을 끼쳤다. 지방소득세는 소득세와 법인세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증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세도 마찬가지다.

국고보조금은 양날의 칼과 같다. 국비를 많이 확보하면 재정 확충에 도움이 되는 반면 지방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정부의 성격에 따라 예산이 불확정적이다. 또 참여정부 이후 사회복지 분야 국고보조사업이 크게 확대되면서 지방재정 매칭 비용도 덩달아 크게 증대했다. 그 결과 지방정부는 자체 사업을 추진할 예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빚을 내서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졌고, 지방채무도 빠르게 증가했다. 지방채 발행 총액을 살펴보면 2006년 2조8천644억원에서 2009년 8조5천338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상환액은 해마다 2조원대에 불과해 지방채 잔액은 2006년 17조4천351억원에서 2009년 25조5천351억원으로 늘어났다. 대구시 관계자는 "광역시나 기초단체의 경우 복지비, 인건비, 보조사업 등을 제외하면 가용 자체 예산이 거의 없다"며 "운용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책=왜곡된 세입 구조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로 전환되는 비율을 현재 5%에서 20%까지 상향 조정해야 하는 등 국세를 지방세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예산의 국고보조금 비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사회복지 예산의 국고보조금 비율이 60% 수준에 불과해 40%는 지방비로 의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대구시내 기초단체의 경우 대구시로부터 특별교부금을 받아 복지비로 충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구경북연구원 박화수 박사는 "사회복지 예산에 대한 국고보조 비율의 개선 없이는 지자체의 재정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했다. 이를 위해 지자체 간 지방재정협의회를 구성해 중앙정부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지방비 매칭 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국고보조사업이 확정되면 자동으로 일정 비율의 지방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이 특정 사업에 국비를 확보하면 대구시는 내키지 않아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방비를 매칭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예산 구조가 지방정부의 예산 운용을 경직시키고, 재정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권기일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지방비 매칭 비율을 줄이고, 국고를 지원할 때 사업 명목을 특정하지 않고,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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