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붙은 경유값… 얼어붙은 화물차·전세버스

ℓ당 1천600원 넘어서…수지타산 안맞아 걱정

새해 벽두부터 경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불어닥친 휘발유값의 고공행진에 이어 경유마저 ℓ당 1천600원대를 돌파하면서 화물차와 전세버스 등 경유 차량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 가격은 ℓ당 1천617.92원으로 집계됐다. 주유소 경유가격은 11일 판매가 기준 대구가 ℓ당 1천614.27원을 찍는 등 전북(1천596.27원)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시도에서 1천600원을 웃돌았다. 대구의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달 마지막 주 1천596.72원에서 이달 3일 1천600원대로 올라서며 9월부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유값의 1천600원대 돌파는 경유 파동이 불어닥친 2008년 10월 1601.91원 이후 처음이다. 2008년 당시 경유 가격은 1천900원대까지 치솟아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표값 상승을 불러오는 등 여파가 컸다.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상승해온 경유 가격이 3개월여 사이 ℓ당 12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장거리 운전을 하는 화물차와 전세버스 업주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10일 오전 대구 달서구 화물차 차고지에서 만난 한 화물차 기사는 "11t 트럭이 한 달 동안 구미, 포항 등을 오가는데 쓰는 경유가 2천500ℓ 정도인데 세 달 전과 비교해 3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며 "2008년처럼 수지를 맞추기 위해 경유 대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등유를 사용하는 운전자도 있다"고 했다. 전세버스 기사 이철규(52) 씨도 "겨울이라 여행 수요가 적어 전세버스끼리 경쟁이 심한데 경유값까지 올라 이중고에 시달릴 판"이라고 걱정했다.

정부는 경유가격이 26개월 만에 1천600원 선을 돌파하자 지난달 30일 '관심'단계의 경보를 발령했다. 두바이유 싱가포르 현물가격이 지난달 26일부터 연속 90달러를 웃돌자 수급불안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대처는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른 것으로 공공기관 에너지절약 조치 시행 실태 등을 불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또 서민경제 고통분담 차원에서 업계의 석유관련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유도할 계획이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관심'단계는 '주의'단계로 상향 조정된다. 이 경우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도 가능해 공공부문이 관리하는 기념탑과 분수대 등에 설치된 경관조명을 끌 수 있고, 민간부문으로는 아파트 옥탑조명과 유흥업소 네온사인 등에 대한 소등조치 발동도 가능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