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구제역 아닙니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구제역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축산 기반은 물론 상경기마저 흔들리고 있어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구제역 여파로 육류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취급점과 식당가는 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10일 낮 12시, 영주시내 축산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골목. 점심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찾아볼 수 없고 손님을 기다리는 업주들만 가게 앞을 서성대고 있었다. 이름깨나 알려진 유명식당들이지만 손님은 한 집에 한두 자리가 고작이고, 빈자리를 지키던 아줌마는 취재 기자를 손님으로 착각해, "어서 오세요"라고 반겼다.
요즘 대부분의 식당은 집세나 인건비 등 운영비를 감당 못해 문을 닫기 일보 직전이었다.
100평 남짓한 식육식당을 운영하는 A(49) 씨는 "있는 고기라도 팔고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며 "이 큰 식당에 하루 손님을 한두 테이블 받아서 장사가 되겠느냐. 인건비 충당도 못할 형편"이라며 "20여 년간 식당을 운영했지만 지금처럼 어렵고 힘든 때가 없었다"고 한탄했다.
게다가 축산농민들이 직접 식당을 마련,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의 고기를 공급해 성공적인 창업을 이끌어 냈다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한 대형 고기할인식당들도 구제역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상당수 식당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식당 영업을 잠시 휴업합니다'란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영업 중인 식당들도 앞으로 문을 닫겠다고 한다.
대형 고기할인마트를 운영하는 축산농 B(50) 씨는 "지난 연말 이미 문을 닫았다. 문만 열면 한 달에 4천여만원씩 들어가는 운영비(인건비와 연료비, 전기세 등)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며 "구제역 발생 이후 연말연시 단체 모임이 줄고 개인 손님들까지 줄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구제역 여파는 축산농과 식당가뿐 아니라 건설 자재상과 커피 자판기 재료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건설자재·커피 재료상을 운영하는 C(45) 씨 역시 "구제역 차단 방역에 발목이 잡혀 오도가도 못하는 바람에 건물을 준공하고도 설치해 놓은 자재를 철거할 수가 없고 커피 재료는 주문이 들어와도 배달이 불가능해 한 달 이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했다.
영주시 조재길 식품위생 담당자는 "구제역 한파가 몰아치면서 축산물 취급업소와 일반식당, 관련업종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며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 1월 10일까지 이틀에 하나꼴로 15건이나 폐업신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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