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로 살처분 매몰 대상 가축이 132만 마리에 이르고 살처분에 따른 직접 보상비만도 8천여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생계안정자금 지원, 약품비, 방역장비·통제초소 운영비까지 합하면 이번 구제역 사태로 인한 비용은 무려 1조3천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제역 발생 초기에 방역 당국이 백신 접종 대신 살처분 매몰을 택한 것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획득한다는 명분에서였다. 삼겹살과 목살 위주로만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돼지고기 편식으로 뒷다리살과 등심 등이 남아 돌아 돼지고기 수출길 유지는 우리 축산의 생명줄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비용이 들더라도 청정국 지위 획득은 필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돼지고기 수출은 껍질과 간, 내장 등 부산물이 대부분인 반면 뒷다리살과 등심 등의 수출 실적은 미미하다. 특히 수출 대상국도 필리핀, 태국, 러시아, 북한 등 대부분 구제역 비청정국이어서 우리나라의 청정국 지위가 돼지고기 수출에 필수 조건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2005년부터 최근 5년간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한 동안 돼지고기 수출 실적은 다 합쳐도 고작 2천500여t에 900만여달러로 연평균 500여t에 180만여달러에 불과하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가 밝힌 돼지고기 수출현황(검역기준)은 2005년 83t에서 2006년엔 1천424t으로 늘어 났으나 2007년 191t, 2008년 269t, 2009년 549t이 전부다. 같은 기간 소고기 실적은 거의 전무하다. 이처럼 국내산 육류의 연평균 수출물량이 고작 20억원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자 그동안 '수출을 위한 것'이라는 당국의 청정국 지위 획득 명분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되면 EU와 중국 등 국가들이 자국산 육류수입 압력을 가해 온다는 당국의 주장도 타당성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가 '사먹는 입장'의 수입국, 즉 소비자이지 미국과 뉴질랜드, 호주처럼 '팔아야 하는 입장'의 육류 수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청정국 지위는 자국산 축산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로 육류 수출국들이 운용하는 축산정책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의 연간 육류 수입량은 수출량의 800배에 달한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소고기 수입량은 모두 19만7천860t. 작년은 10월까지만 해도 20만3천324t이다. 또 돼지고기도 같은 기간 20만9천120t, 14만8천488t씩 수입했다.
농촌진흥청 한 관계자는 "국가 간 축산물 교역은 구제역뿐만 아니라 수출국의 위생 실태 등 다른 가축 질병의 발생 상황에 따라 제한을 둘 수 있기 때문에 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고 해서 비청정국의 육류 수입을 무조건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축산당국이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고집하면서 미국산 소고기 등 특정국가에 편중돼 육류 수입이 늘어나는 기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당국의 고비용 살처분 축산정책이 '특정 육류 수출국 밀어주기'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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