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세기 김만중 소설 구운몽 현대인 우울증 치료 효과

영남대 이강옥 교수 '구운몽의 불교적 해석과 문학치료교육'

허무의 서사로 알려진 17세기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九雲夢)'이 21세기 현대인의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영남대 이강옥 교수(55·국어교육과)의 '구운몽의 불교적 해석과 문학치료교육(소명출판, 316쪽)'은 불교적 관점에서 '구운몽'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으며, 우울증 치료를 위한 텍스트로서 주목받고 있다.

우울증은 전체 인구 6명 중 1명꼴로 걸릴 정도로 흔하며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 발표에 따르면, 주요 장애 및 사망 원인 질환 중 4위로 발표될 정도다. 특히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을 시도하는 등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지은이 이강옥 교수는 '구운몽'을 인생에 대해 성찰하고, 관조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작품으로 해석한다. 기존의 해석처럼 절망과 허무의 서사가 아니라 해방과 희망의 서사라고 보는 것이다.

지은이는 김만중이 우울하게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구운몽'을 지었다는 창작 동기에서 우울증 치료효과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아울러 '구운몽'을 읽음으로써 우울증 환자의 부정적 생각이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세속적 삶이 가치 있다는 생각을 생성할 계기와 논리가 제공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주인공 성진이 양소유로 태어나기까지 나타난 죽음의 과정과 환생의 과정은 우울증 환자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건전한 성찰을 할 수 있게 하며, 자살 충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한다. 우울증 환자와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보는 지은이는 '성진이 양소유로 되는 과정을 죽음과 환생을 설명해보십시오', '당신은 죽음을 어떤 태도로 맞이할 수 있습니까?', '죽음을 평화롭게 맞이하기 위해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당신은 죽음 뒤의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울러 지은이는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 진행되어온 '구운몽'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운몽'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주인공 양소유의 일생은 '옳고 그름'의 상대적 분별을 넘어선 정당함, '높고 낮음'의 상대적 분별을 넘어선 절대적 높음, '남성성과 여성성'의 상대적 분별을 최소화한 남성성과 여성성, '너와 나'의 분별을 넘어선 형제애 혹은 동성애 등 위대한 평등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구운몽'이야말로 우리 인생에서의 위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인생을 예찬하는 소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은이 이강옥 교수는 경남 김해 출신으로 서울대 국문학과와 대학원을 나왔다. 예일대 비교문학과, 뉴욕주립대 한국학과 방문교수로 연구했으며, 현재 영남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