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텍스빌에 의류판매 허가 검토…유통업계 "공멸 위기"

용역결과 발표 가시화…단지내 올브랜과 통합說

대구시가 침체 일로에 있는 종합유통단지의 활성화를 꾀하겠다며 섬유제품관(텍스빌)에 의류판매를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판매시설 과잉으로 유통업계 전체가 침체 일로에 있는데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진출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시설의 과열 경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논란은 최근 유통단지관리공단이 의뢰한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더욱 가시화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섬유제품관에서 의류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은 꾸준히 제기됐으며, 지난해부터 이런 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역외 경제와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용역결과에 따르면 현재 여성복, 아동복 등 의류만 판매하도록 규정된 의류관과 원단, 원사, 이불 등 섬유제품만 팔도록 돼 있는 섬유제품관의 판매품목을 상호 개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올브랜 아울렛(의류관 내)의 1만8천㎡에 이르는 영업면적에다 섬유제품관의 2만㎡ 영업면적까지 더해지면 지역 최대의 아울렛 규모를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류관 측은 "아직 논의가 진전이 없는 상태인데 일방적으로 이야기가 터져나와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라고 했다. 올브랜 관계자는 "의류관 입장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또 하나의 경쟁자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아직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섬유관과의 통합설은 너무 섣부른 이야기"라고 밝혔다.

현재 분위기를 감안할 때 섬유관과 의류관 모두 의류판매가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브랜 입장에서는 모든 결정이 조심스럽다. 가뜩이나 롯데아울렛 율하점 개점에다 조만간 봉무동 이시아폴리스에 롯데라이프스타일센터까지 문을 열 예정이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려다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

지역 유통업계도 달갑지 않다. 변변한 실물 경제기반 없이 판매시설만 기형적으로 성장한 대구의 경제 판도에서 또 다시 판매시설을 추가해서야 되겠느냐는 주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구의 유통업은 과포화상태를 넘어선 지 오래"라며 "범어네거리와 두류네거리 등 지하상가의 빈 점포들이 즐비한데다 조만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서편주차장에 자리 잡는 대구스타디움몰까지 개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의류판매 시설을 자꾸 늘려서 되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통합 논의는 이제 겨우 용역 결과가 나온 것에 불과하며, 아직 아무것도 진척된 바가 없다"며 "만약 통합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 하더라도 1종 지구단위계획을 바꿔야 하는 등 도시계획 자체를 손봐야 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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