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 군대는 사무라이의 후예답게 용맹한 것으로 널리 인식돼 왔다. 병사 개인의 뛰어난 전투력에도 불구하고 진주만 공습을 제외하면 큰 전쟁과 맞닥뜨리면 허망하게 무너졌다. 미국의 기술력과 생산력에 압도된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육군과 해군의 불협화음 때문이다. 대본영(총사령부)을 장악한 육군의 일방적인 독주 탓에 해군은 늘 소외되고 피해의식에 젖어 있었다. 해군 장성들은 공공연하게 "미국보다 육군이 더 싫다"고 할 정도였다. 다행스런 결과였지만 군 내부의 편 가르기가 패전을 앞당기는 원인이 됐다.
독일제국도 마찬가지였다. 아돌프 히틀러의 경호부대로 출발한 나치스 친위대(SS)는 정규군보다 더한 위세와 권한을 누렸다. 제2차세계대전 중 친위대는 기갑사단을 앞세워 전투에도 참가했는데 정규군과의 알력 탓에 공동 작전은 아예 어려울 정도였다. '적은 내부에 있다'는 옛말이 전혀 틀리지 않은 것이다.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해'공군 장교들은 합참을 '육참', 국방부를 '육방부'라고 비아냥거린다. 모든 요직을 육군이 장악했다고 해서 붙여진 불명예스런 별칭이다. 해'공군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고 대부분 직책과 권한을 육군이 틀어쥐고 있으니 군대가 제대로 굴러갈 리 있겠는가. 그렇다고 육군이 북한을 압도할 만큼 확실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투력이 아니라 모든 것을 연줄과 서류로 해결하려는, 행정력이 더 센 군대라는 얘기가 많다. 일부 군사평론가들은 이번 연평도 포격 사태를 보고 "그래도 군기가 센 해병대가 지키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 결과는 더 참혹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현 정부가 3군 합동성 강화, 합참의 보직 동일 편성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본다면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국방장관을 새로 바꾼다고, 주요 보직을 일부 양보한다고 해서 수십 년 된 관행을 단번에 뜯어고칠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에 가깝다. 현대전에서는 지상병력, 함정'항공기가 제각각 작전을 벌여서야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3군이 땅과 하늘, 바다에서 합동작전을 펼쳐야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독불장군은 패망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 구성원들의 마인드와 제도적인 문제까지 함께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군대 이야기를 이렇게 오래 한 것은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미묘한 상황 때문이다. 군대처럼 단독작전을 펼쳐서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땅 문제, 대구경북연구원 예산 삭감 등에서 보듯 대구시와 경북도가 파열음을 내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는 최근 모임 등에서 대구시와 경북도의 '찰떡궁합'은 계속되고 있다며 손을 맞잡는 장면을 연출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말이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다. 양자간에 역사적 전통과 혈연'지연은 들먹일 필요조차 없지만 진정으로 공조해야 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둘 다 잘먹고 잘살고 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둘 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는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지금까지 대구시와 경북도의 정책 방향을 보면 서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구석이 적지 않았다. 대구시는 경북도가 홍보에만 신경 쓰고, 경북도는 대구시가 실리만 챙겨 가려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인간관계가 완벽하지 않듯이 설령 마찰이 있더라도 부부처럼 싸워야 한다. 부부싸움을 할 때는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막말을 하면 안 되고, 상대방의 자존심을 짓밟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려면 양보하고 화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이 잘하고 있는데 굳이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할 이도 있겠지만, 상생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역민의 살림살이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합동작전만큼 좋은 것이 없다.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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