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제역 뚫린 경북 축산기술硏, 몰래 1116마리 살처분

최고 방역장비·백신접종 무용지물 '충격'

경상북도 축산기술연구소(영주시 안정면)가 구제역 발생 사실을 1주일 동안 숨겨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관계기사 3·5면

우량 한우와 희귀종을 연구하는 연구소는 그동안 최고 방역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백신접종까지 했는데도 방역망이 뚫려 충격을 주고 있다.

경상북도와 축산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연구소는 이달 2일 오후 수정란 이식센터에 있던 암컷 칡소 한 마리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을 발견, 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에 검사를 의뢰해 5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는 연구소가 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에 검사를 의뢰하면서 '경상북도 축산기술연구소'란 명칭을 빼고 연구소 소장의 개인 이름과 연구소 주소, 행정전화번호, 휴대전화번호 등을 적어 검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연구소와 경북도는 구제역 발생 사실을 1주일 이상 숨기며 내부 직원들을 동원해 몰래 살처분 작업을 해왔다. 이에 따라 인근 농가로 구제역이 확산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주민 김모(65) 씨는 "규정과 원칙을 지켜야 할 방역당국과 도 산하기관이 오히려 구제역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창진 축산기술연구소장은 "검사 의뢰 과정에서 연구소를 적지 않은 것은 바쁘다 보니 행정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면서 "양성 판정 후 경북도에 보고했고, 자체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매몰작업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살처분작업을 긴급하게 하다 보니 발표시기가 늦어졌다"면서 "12일쯤 살처분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두 1천116마리의 우량가축이 살처분되어 이 연구소에는 소백산 깊은 산골로 피신한 한우 51마리, 칡소 5마리 등 우량종축(임신우) 56마리와 토종닭 5천100마리, 아리카나 315마리, 말 4마리, 관상조류 72마리만 남았으며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육종해 오던 종축과 보관된 정액 등이 모두 사라졌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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