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님 끊긴 동네 정육점 생존 벼랑끝

구제역 엎치고 '통큰 한우' 덥치고… 대구시·경북도 "돼지·한우먹기

11일 오후 대구 동구 반야월전통시장 내 한 식육점에서 주인 부부가 구제역과 인근 대형마트의 한우, 돼지고기 할인판매 여파로 손님 발길이 뚝 끊긴 가게를 지키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1일 오후 대구 동구 반야월전통시장 내 한 식육점에서 주인 부부가 구제역과 인근 대형마트의 한우, 돼지고기 할인판매 여파로 손님 발길이 뚝 끊긴 가게를 지키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구제역 여파와 대형마트가 시중의 절반값에 판매하는 '통큰 한우' 여파가 겹치면서 동네 정육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구제역 발발 이후 도축량이 줄어들면서 도매 가격이 뛰고 있는데다 대형마트의 육류 할인 행사까지 겹쳐 동네 정육점은 가게 유지가 힘겹다며 아우성이다.

11일 대구 동구 롯데마트 율하점. 지하 1층 정육점 코너에는 주부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할인 행사에 맞춰 한우와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 몰려든 것.

정인숙(45·여) 씨는 "요즘 육류값이 너무 올라서 구입을 미루고 있었는데 할인 행사를 한다길래 와봤다"며 "생각보다 싸고 상태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처럼 주부들은 앞다퉈 할인 상품을 사갔다. 돼지고기는 이날 오전에 동이 날만큼 소비자들이 몰렸다.

롯데마트는 구제역 발생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축산농가를 돕는다며 10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모든 매장에서 한우와 돼지고기를 최대 58% 싸게 팔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이번 행사는 축산농가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네 정육점들은 대형마트가 할인 행사를 벌여 그나마 있는 손님마저 끌어가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같은날 롯데마트 율하점 건너편 동네에 있는 정육점들은 하나같이 손님이 없었다. 이곳 정육점 업주들은 "롯데마트가 고기를 싸게 팔면서 손님 발길이 끊겼다"며 "동네 정육점들 경우 경매가가 올라 고깃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가 동네 정육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제역 발발 이후 육류 경매가는 상승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0일 한우 고기 평균 경매가는 ㎏에 1만5천557원으로 지난달 평균 가격(1만4천900원)보다 4.4% 올랐다. 구제역 발생 지역의 도축이 금지되면서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가 상승에 따라 대구 동네 정육점 상당수가 소고기 값은 10% 가까이, 돼지고기 값은 ㎏당 3천원 정도 올려 받고 있다. 손님 발길이 끊길까 예전 고기값을 유지하고 있는 정육점들 역시 조만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14년 경력의 정육점 업주(54)는 "이 와중에 대형마트 할인 행사까지 겹치면 영세 정육점들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며 "주변에는 가게를 그만두려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전체 한우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동네 정육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구시와 경북도, 각 기관·단체는 구제역 여파로 소비자들이 돼지고기와 한우 식당 등을 찾지 않음에 따라 구제역이 인체에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기관·단체장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 돼지고기·한우먹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