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찰청 '건설현장 식당 비리' 뒤숭숭

총경 1명 브로커 유씨와 접촉 밝혀져…또 다른 총경 검찰 출두 통보 소문

'함바 비리'와 관련해 전현직 경찰 간부들의 검찰 조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대구경찰청 소속 총경급 인사가 윗선의 지시로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 씨와 접촉했고 또 다른 총경은 검찰로부터 참고인 자격 출석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져 경찰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대구경찰청 소속 K총경은 11일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해 10월 말 경주경찰서장 시절 유 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다. 당시 경북경찰청장으로 재직했던 김병철 울산경찰청장이 유 씨를 한번 만나보라고 전화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유 씨의 청탁을 단호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K총경에 따르면 당씨 유 씨는 "도시락 체인사업을 하고 있으며 양성자가속기 건설현장에 도시락 공급을 원하는데 경주시장을 만나고 싶다. 경주시장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K총경은 "도시락 공급 업체 선정은 경주시장이 하는 일이 아니고 건설업체에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고, 유 씨는 "경주시장에게 발전기금을 내고 싶으며 이는 관례이고, 도시락공급업체 선정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재차 소개를 부탁했다는 것.

그러나 K총경은 "나는 거간꾼이 아니고 개인 영업을 하는 일에 시장을 소개하는 일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K총경은 "조현오 경찰청장이 총경 이상 간부에게 유 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으면 자진 신고토록 지시 하기 전에 지방청 청문감사담당관실에 유 씨와 접촉한 사실을 알렸고 본청에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김병철 울산경찰청장이 경북경찰청 재직 시절 함바 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대구경북 경찰 조직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경북경찰청 모 총경은 "김 청장 이름이 오르내릴 때마다 내심 아니길 바랐다"며 "그러나 부하 총경에게 전화를 걸어 브로커를 만나도록 지시했다니 수사 결과를 떠나 부적절한 처신은 분명하다"고 씁쓸해 했다. 대구경찰청 모 경위는 "김 청장이 제2, 제3의 부하 직원들과 유 씨를 연결시켜 줬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며 "함바 비리에 연루된 고위 간부들이 또 나올까 조직 전체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검찰로부터 참고인 자격 출석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대구경찰청의 또 다른 총경은 "유 씨를 전혀 알지도 못하고 검찰로부터 출두해달라는 통보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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