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가 확산되면서 검역·방역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구제역 백신 접종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사태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방역에 대한 축산농가의 이해도를 높이는 등 철저한 위기대응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 지침 없어=백신 접종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많다. 백신 접종의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은 백신 접종의 시기가 늦어져 접종 효과가 미약함을 방증한 것이다.
이처럼 백신 접종이 늦어진 것은 구제역 발생 시 백신접종의 시기와 방법 등을 규정한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이다.
축산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직 한국에는 소·돼지 몇 마리 이상이 몇 개 시·도에 감염되면 백신을 어느 정도 접종해야 하는지 등을 규정해 놓은 매뉴얼이 없다. 또 구제역이 확산된 뒤 정부는 수의학 교수 등 가축질병 전문가들을 불러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상부 지침을 기다리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비교적 적은 피해로 구제역 확산을 막아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3월 말 규슈 남부 미야자키현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강력한 방역체계와 초동대처로 그해 7월 구제역이 소멸할 때까지 감염된 29만 마리만을 살처분하는 데 그쳤다.
◆살처분·매몰 논란=현재의 살처분·매몰 방식이 사후대책에 불과할 뿐 구제역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인체에 해롭지도 않은데다 도축한 상태에서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소멸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굳이 살처분·매몰 방식을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살처분 규모가 계속 늘어나면서 환경오염 등 2차 피해 우려가 높아지고 갈수록 매몰지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구제역 가축의 살처분·매몰 처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수의검역 전문가들은 구제역의 전염성이 워낙 강해 살처분을 해법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한 동물방역전문가는 "구제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A급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치사율이 50%에 달하는 위험한 질병"이라면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감염된 가축들은 살처분·매몰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예방적 살처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가축의 혈청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구제역 발생농가 중심으로 반경 500m∼3㎞ 내에 위치한 모든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있다. 강력한 전염성과 치사율을 근거로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강수를 쓰지만, 축산농가들은 보상을 받더라도 살처분 이전 규모로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때문에 예방적 살처분 과정에서 축산농가와 방역 당국 간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축산업 허가제 '난항'=외국인근로자와 여행객 등이 구제역 바이러스를 묻혀 들어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가축전염병이 창궐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축산업 허가제'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축산농가들이 제대로 된 허가를 받고 방역체계를 스스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축산법 개정을 통해 지금까지 누구나 제약없이 축산업을 해오던 것을 제한해 앞으로는 허가제로 전환할 방침이지만 축산농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 정부는 축산농가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는 현실을 감안해 외국인을 채용할 때는 반드시 신고하도록 하고 축사에서 일하는 외국인 등 근로자에 대한 교육과 소독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또 농장에 출입하는 모든 차량과 수의사, 인공수정사에 대해서도 소독은 물론 출입기록을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하고 가축전염병 발생 시 신속한 이력추적을 위해 가축거래상인에 대한 신고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축산농가 방역의식·책임감 높여야=무엇보다 가축방역의 1차적 책임을 진 축산 농가의 방역의식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축산농가는 한 군데 촘촘히 모여 있는 특성 탓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인접 농가까지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무엇보다 이해당사자들의 가축전염병에 대한 이해와 방역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허술한 방역의식 등을 반성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역 축산전문가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세 차례나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것은 정부가 땜질식 처방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 당장의 피해가 있더라도 앞으로 정부가 구제역 대처방안을 철저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nm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