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중소도시에 '좋은 대학' 육성을

대도시 중심의 인구 밀집현상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 지 벌써 오래다. 지방의 대도시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것처럼, 지방의 중소도시 인구는 지역의 대도시로 블랙홀처럼 빠져들고 있다. 가령, 경북 북부지역의 인구는 20, 30년 전만 해도 80만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40만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중소도시의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한 원인은 주로 출생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족으로 돌려지고 있으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열악한 교육 환경에 있다. 최근에 정부가 중소도시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다양한 형태의 고등학교(기숙형, 자율형, 마이스터)와 무상교육의 확대 등 중소도시의 고등학교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들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 교육의 질을 높여서 교육 이주로 인한 인구 유출을 막아보려는 것 같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도시로 교육 이주는 끊이지 않고 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일찍부터 대도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녀야만 한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분명한 대책은 농산어촌의 중소도시에 좋은 학교(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를 육성하는 길이다. 정부는 중소도시에 좋은 고등학교를 육성하려는 정책과 함께 좋은 대학을 육성해서 지역 주민들과 자녀들에게 우수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소도시에서 초'중'고교를 다닌 학생들이 대도시의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기란 현재의 제도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진학할 수 있는 좋은 대학을 중소도시에 육성하는 것은 매우 정당한 일이다. 중소도시에 좋은 대학을 육성하는 방법도 정책의 안목을 조금만 넓히면 매우 간단하다. 즉, 정부에서 중소도시에 있는 대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면 쉽게 해결된다. 광주과기원, 울산과기대, 포스텍처럼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면 단기간에 좋은 대학이 되는 것을 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책은 중소도시에 있는 기존의 대학을 특별히 지원해서 육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들 지역에 있는 대학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 그나마 이들 대학 때문에 중소도시의 농산어촌 학생들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앞으로 그런 기회조차도 갖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이들 대학들이 문을 닫게 되면 중소도시의 인구 감소나 교육 이주가 더욱 심화될 것은 분명하다. 대학이 많아서 취업이 어렵고 대학의 질적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이 많은 것은 대도시에 대학을 많이 세웠기 때문이지, 결코 지방의 중소도시에 있는 대학 때문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아직도 지방의 중소도시에는 전문 대학도 없는 곳도 많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수십여 개의 대학이 밀집해 있는 도시는 거의 없다. 그 대신 중소도시, 즉 우리 같으면 읍면 수준의 도시에도 한두 개의 전문대학이나 4년제 대학이 반드시 세워져 있다.

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 중소도시의 대학을 없애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이곳에 좋은 대학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한때 수도권에 대학의 신설과 정원억제 정책으로 지방에도 그나마 대학이 많이 설립되었다. 만약 그런 정책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나라 모든 대학은 서울에만 세워졌을지도 모른다. 현재와 같이 수도권이나 대도시 중심의 교육정책이라면 지방에 대학을 둘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 모든 대학을 서울에만 두면, 교육의 많은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교육정책을 어찌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면, 지방의 중소도시에 좋은 대학을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 이것만이 이들 지역의 초'중'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인구의 감소를 방지할 수 있다. 더불어 지역 간의 균형발전과 지역의 경쟁력도 따라서 높아지게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질 높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중소도시의 학생과 주민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다. 정부의 관련 부서는 지방 중소도시에 소재하는 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특단의 정책을 검토하길 기대한다.

양용칠(안동대 교수·한국교육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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