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9일 오후 3시 울진군 망양 1리와 2리를 잇는 구 7호선 국도변(일명 오징어 거리). 오징어를 판매하는 50여 곳의 부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텅 비어 있었고 주차장 역시 한산했다. 평소 주말 같으면 사진 찍는다고 사람들이 몰려들 울진대게 조형물도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2010년 12월 29일 22년 만에 국도 7호선 4차로 확포장 공사가 완료(본지 12월 30일자 1면)됐음을 알리는 축포가 쏘아 올려졌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4차로 확포장 도로 아래에 자리한 오징어 거리 주민들이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해 올 들어서는 아예 오징어를 한 축도 팔지 못한 집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오징어를 가장 많이 판다는 부스를 찾았지만, 3, 4명의 아주머니들이 모여 몸을 녹이며 손님을 기다리기만 했다. 전기료라도 아껴볼 요량으로 부스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아주머니들은 7호선 국도 확포장에 따른 불이익을 성토했다.
"주말이지만 오후가 되도록 손님이 한 명도 없습니다. 보세요, 입간판 하나 제대로 없다 보니 이곳을 지나는 차가 없어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했다던 강모(62·여) 씨는 지난해 월 2천만원이 넘던 매출이 올 들어 100만원도 안 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손모(62·여) 씨는 "홀로 자식을 키울 수 있었던 삶의 터전이 오징어 거리였는데, 7호선 국도가 확포장 되면서 하루 아침에 터전을 잃게 됐다"고 한탄했다.
강 씨처럼 이곳에서 오징어 판매를 하는 곳은 55가구. 이들은 강원도 지역 오징어와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올린 결과 연간 30억원을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오징어 가격이 강세여서 이들의 매출기대는 더욱 부풀었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부산국토유지관리청의 배려 없는 도로설계와 울진군의 근시안적 행정이 맞물리면서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지역민들에 따르면 부산국토유지관리청은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을 배려해 도로를 설계하지 못했고, 군은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면서도 대책마련에 소홀했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지역민들은 △관광지를 알리는 대형 입간판 설치 △오징어 거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아이템 발굴 △7호선 국도 주변에 판매장 공간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국토유지관리청은 교통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판매장 설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울진군은 주민들의 요구안을 점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모(58·여) 씨는 "오징어 거리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터전이기에 앞서 울진군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관광지"라며"당장은 어렵더라도 관계당국이 책임감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 예전의 활기 넘치던 거리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울진군 관계자는 "주민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오징어 거리 활성화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