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첫 음성 오판, 구제역 전국확산 초래"

양성판정까지 6일동안 수많은 사람·차량통제…엄청난 바이러스 전파

구제역이 갈수록 확산되자 행정당국이 도내 곳곳 도로를 차단하며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2일 오후 경북 경산시 자인면에서 용성면 고죽리로 가는 지방도로가 전면 폐쇄됐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구제역이 갈수록 확산되자 행정당국이 도내 곳곳 도로를 차단하며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2일 오후 경북 경산시 자인면에서 용성면 고죽리로 가는 지방도로가 전면 폐쇄됐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국내 축산·수의학 분야 전문가들이 구제역 전국 확산의 원인으로 매일신문이 꾸준히 제기했던 초기 검역 오판을 뒷받침하는 '검역 당국이 음성으로 오판한 6일'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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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3일 안동 서현양돈단지내 Y씨 돼지농장에서 신고된 구제역 의심가축을 비롯해 29일 첫 양성 판정 이전 6일 동안 빚어졌던 4건의 음성 오판이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퍼져 나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12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구제역·AI 현황과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초동 방역 실패는 시·도 가축위생시험소와 중앙 정부의 일관된 체계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일어났다"면서 "초기 음성 오판으로 양성판정이 난 날까지 6일 동안 바이러스가 이미 방역선을 넘어 퍼진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명예교수는 이날 토론회와 언론을 통해 "검역 당국이 지난해 11월 23일 서현양돈단지 의심가축에 대해 절차를 무시하고 '음성'으로 오판하면서 29일 양성발표까지의 6일 동안 사람과 차량 등에 의해 엄청난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져 나간 것이 구제역 확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구제역의 전국 확산은 분명한 인재(人災)다. 초기 부실 대응, 늦잡친 백신접종시기, 축산농가들의 방역의식 결여 등을 보완할 종합적인 가축질병 확산방지 메뉴얼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이영순 명예교수, 채찬희·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 이중복 건국대 수의대 교수, 이강근 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장 등 각계 전문가들은 구제역 등 가축질병의 전국 확산을 막기위한 7개항의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해 발표했다.

이들은 구제역 등 악성 가축질병의 초동 방역에 성공하려면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에 검역검사청을 신설하고 산하에 전문 연구소를 설치해 전염병 발생시 강력하고 신속한 대응과 대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의과학검역원에 있는 질병위생연구부로는 악성 가축 질병에 대한 기초연구가 충분치 못하다며 검역검사청 산하에 병원체에 대한 유전자 연구, 신속진단법 개발, 항바이러스제 연구, 역학조사 등을 맡을 전문 연구소 설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가축 생산물의 위생 등을 지도 감독할 가칭 '축산물방역협회' 등이 설립될 수 있도록 가축 전염병 예방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 농식품부 산하에는 사료협회, 육가공협회 등 생산을 독려하는 협회만 수십 개가 존재하며 생산된 고기, 젖, 알, 모피 등 위생에 관여하는 협회는 단 1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한편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12일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23일 첫 구제역 의심신고가 있었는데,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기립불능'이었으며 26일에는 폐사 신고가 있었으나 가축위생시험소가 초기 검역을 잘 못해 구제역이 확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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