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혈세 축낸 허술한 보훈 위탁진료비 관리

정부가 보훈 대상자들에게 지원하는 전문위탁진료비가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구속된 대구보훈병원 원무과 직원 김모 씨 등이 저지른 위탁진료비 횡령 사건은 전형적인 '세금 도둑'의 수법이다. 병원 직원들이 진료 사실은 물론 보훈 자격조차 없는 가공의 인물들을 내세워 진료비를 타내는 수법으로 무려 32억 원이나 가로챘다. 위탁 진료비 지급 체계와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면 5년이 넘도록 범행이 계속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전문위탁진료비는 암 등 중대 질환을 앓는 보훈 대상자들이 전문위탁병원에서 본인 부담으로 치료 받은 뒤 국가에 진료비를 청구해 되돌려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직원 김 씨 등은 진료비 지급 과정에서 병원 측과 보훈 당국이 보훈 자격 여부와 진료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허점을 악용했다. 병원 측이 진료비 지급 과정에서 보훈 대상자를 확인하고 진료 사실 여부를 한 번이라도 체크했다면 진료비 횡령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보훈공단이 매년 병원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이 같은 비리를 한 번도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은 쉬 납득이 되질 않는다. 건성건성 서류만 보고 그냥 넘기니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 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허점투성이의 진료비 지급 체계와 병원'보훈 당국의 허술한 관리 감독이 빚어낸 총체적 부실의 결과다.

아무리 제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병원이나 보훈 당국이 국민 세금을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해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키 힘들다. 부실한 관리로 국민 세금을 축낸 병원과 보훈 당국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탁진료비 지급 체계를 당장 바꾸고 병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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