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욱의 박정희 이야기] (11)새마을운동 그것은 조국 근대화의 첫걸음

새마을운동은 가난을 극복하려는 국민 모두의 열망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 같은 국민적 열망을 이룩하고자 저마다의 가슴속에 곤히 잠들어 있던 근면'자조'협동정신을 흔들어 깨웠다.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된다. 정부에서 무엇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협동하면 무슨 일이든지 가능하다.' 이것을 가리켜 '새마을 정신'이라 하였다.

새마을운동이 벌판의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기까지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지도자들의 자질과 열정, 뛰어난 리더십과 솔선수범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또한 새마을 정신의 실천을 통해서 얻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다들 신바람이 났다. 그와 함께 스스로 단결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마을에 대해 더 많은 지원과 격려를 해준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되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었고, 사회 환경 또한 크게 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마을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을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의 작사자인 한운사(韓雲史)가 쓴 '박정희 시대의 추억담'에서 찾았다. 2001년 '월간조선' 12월호에 실렸던 글인데, 간추려서 옮겨 적는다.

"최고회의라는 아리송한 간판을 내걸고 1주년이 될 무렵, 나는 이상한 프러포즈를 받았다. 5'16 군사혁명 1주년을 기념하는 예술제가 있는데 거기서 수천 명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하나 지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 혁명 주체 세력이라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그들에게 '이 나라를 제대로 좀 이끌어 가 달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 희망이란 다름이 아니라 '뭔가 좀 해라, 이 나라가 이 모양으로 가다가는 어디로 빠질지 모른다. 도대체 이 가난이 뭐냐, 이게 나라냐, 이게 백성을 다스려 간다는 것이냐? 또한 보릿고개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힘이 없어 그 고개를 넘기가 어렵다. 너무나도 가난하다. 열심히 일만 하면 세 끼 밥은 먹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것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라는 가사를 만들어 주었다. 별로 기대도 걸지 않고 말이다. 김희조(金熙祚) 교수가 작곡을 해주었다. 장충동 체육관에서 5'16 민족예술제라는 큰 잔치가 벌어졌다. 어떤 곡인지도 알지 못한 채 예술제에 참석했다. '잘 살아보세'는 그 주제가였다. 천지개벽을 알리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다가 가슴이 뜨거워져 솟구쳐 오르는 감동과 함께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발 그 철학으로 가 달라. 우리는 착한 민족이다. 땀 흘리며 일할 테니, 제발 이 지긋지긋한 가난만은 면하게 해 달라.'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감동해서 운 모양이었다."

그렇다.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는 1970년대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되는 '새마을 노래'와 함께 새마을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를 때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는 역할을 했다. 다들 이 노래들을 부르며 지칠 줄 모르고 신명나게 일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며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팔을 걷어붙이고 횃불을 밝혀 가며 일했다. 그리하여 일구어 낸 성과와 함께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너나없이 신바람이 났다.

새마을운동은 한마디로 '잘 살기 운동'이었다. 그것의 성과를 들자면 낙후된 농촌을 개발하였을 뿐 아니라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 '보다 잘 사는 사회'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또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 주었으며 조국 근대화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 같은 성과를 통해 새마을운동은 '정신개발 운동'이자'행동 철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나아가 지역사회 개발의 모델로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1998년 정부 수립 50년을 맞이하여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여론조사를 하였다. 그 가운데 '우리 국민이 성취한 가장 큰 업적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새마을 운동'(45.6%)을 1위로 꼽았다. 또한 동아일보와 리서치&리서치에서 조사한 역대 정부가 가장 잘 대처한 사건으로 '새마을 운동(50.5%)'이 1위에 들었다. 그리고 2008년 조선일보가 창간 88주년을 맞아 한국갤럽에 의뢰해 건국 60년 동안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업적을 조사한 결과 '새마을 운동'(40.2%)이 역시 1위로 꼽혔다.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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