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것 같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산과 들을 보면 눈과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럴때 눈을 밟으며 산길을 걷는 겨울 산행이 가슴에 와닿는다. 특히 산 능선을 걸을 때 발 아래 펼쳐진 순백의 광경을 보노라면 평소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겨울 산행을 하다 보면 특이한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산사(山寺) 주변의 크고 오래된 고목에 까치집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까치집이 아닌 푸른색을 띤 식물인데 엄동설한에도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바로 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다.
겨우살이는 주로 활엽수의 나뭇가지 에 사는 착생식물로 참나무, 뽕나무, 떡갈나무, 동백나무, 자작나무, 버드나무, 오리나무, 밤나무 등 나무줄기에 뿌리를 내려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살아가는 늘 푸른 여러해살이 기생목이다. 겨우살이는 신축성이 있어 거센 바람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다른 식물의 그늘에 가려 햇볕을 받지 못하므로 생육하지 않다가 가을이 되어 나뭇잎이 떨어지면 자라는데 열매는 연노란색의 둥근 모양으로 10월에 익는다. 열매는 겨울철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이 열매에는 끈끈한 점액이 많이 들어 있는데 새들은 이 점액과 씨앗을 먹고 나서 부리에 붙은 점액을 다른 나무 껍질에 비벼서 닦는다. 이때 끈끈한 점액에 붙어있던 씨앗이 나무껍질에 달라붙어 있다가 싹을 틔우게 된다. 씨에서 싹이 나오면 변형된 뿌리가 숙주식물의 나무껍질을 파고 들어가 물과 영양분을 얻어 기생생활을 한다. 엽록소를 지니고 있어 스스로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 여러 숙주식물에서 기생생활을 한다. 천천히 자라지만 오래 살고, 숙주식물이 죽으면 자연적으로 죽는다.
겨우살이는 우리나라 백두대간을 따라서 고지대에서 높고 큰 나무의 가지에 기생하고 있다. 겨우살이는 옛 선조들이 신비스런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 온 식물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 사람들은 겨우살이를 귀신을 쫓고 온갖 병을 고칠 뿐 아니라 장생불사의 효능이 있는 신선한 식물로 여겨왔다. 특히 유럽 사람들은 참나무 겨우살이를 불사신의 상징으로 믿었고 하늘이 내린 풀이라고 신성시하여 절대적인 경외의 대상으로 여겼다.
독일에서는 겨우살이를 암치료 보조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겨우살이는 우리나라의 고산지대와 일본'중국'대만'유럽 등지에서 자란다. 주로 참나무와 떡갈나무, 뽕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겨울부터 봄 사이에 채취하여 깨끗이 세척한 후 말리거나, 쪄서 건조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참나무와 떡갈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곡기생'이라 하고, 뽕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상기생'이라 한다. 곡기생은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하지만 중국의 동북 및 화북 지역 등에서 주로 생산되며, 상기생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며 중국의 푸젠'광둥'광시성에서 주로 생산된다. 약효는 비슷하다.
한의학적으로 곡기생과 상기생의 성질은 평하며 맛은 쓰면서 약간 달다.
겨우살이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며 풍습(風濕)으로 인한 통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특히 하체에 주로 작용하여 허리나 무릎관절의 통증과 좌골신경통 등에 사용되며, 하체의 근골을 강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자궁을 튼튼하게 하며 지혈 효능이 있어 자궁출혈이나 임신 중 유산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외 상기생은 혈압을 내리는 작용이 있으며 혈압 등으로 어지럼증이 있을 때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약리학적으로 곡기생의 주성분은 올레아놀산, 아미린, 메소이노시톨, 플라노이드 화합물 등을 함유하고 있다. 아미린과 플라보노이드가 혈압 강하 작용, 올레아놀산은 강심'이뇨 작용, 메소이노시톨은 이뇨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실험에서 곡기생 추출물은 혈압을 내려주며 관상동맥 확장 작용이 있고,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또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소판 응집 억제'항혈전 형성'자궁 수축'지혈 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리고 상기생은 쿼세틴과 아비쿨라린 등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세혈관 확장 및 이뇨'혈압 강하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에서 상기생 추출물은 심장의 관상동맥을 확장시키고 이뇨 작용과 혈압강하 효능이 있으며,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대해 항바이러스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릭
겨우살이를 채취한 후 먼지를 털고 깨끗이 씻는다. 잘게 자른 다음 끓는 물에 데친 후 말려서 약재로 사용하면 평소 하체가 부실하거나 허리, 무릎 등이 아픈 경우 도움이 된다.
◆겨우살이차
물 2ℓ에 겨우살이 40g 정도를 넣고 연한 노란 빛깔이 될 때까지 달여서 수시로 음용한다.
◆겨우살이 세욕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은 후 겨우살이 100g 정도를 면주머니에 넣은 후 전신욕이나 반신욕을 하면 도움이 된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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