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유가 신풍속도] 서민들의 겨우살이

내복 입고 문풍지로 열잡고…전기난방품 강추위 특수

"절약하는 방법은 모두 다 동원해야지요." 올해는 유난스레 한파가 기승을 부려 서민들의 겨우살이가 힘겹다. 가정마다 난방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기름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가정용 전열기구로 바꾸면서 전기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KEPCO)가 전기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전력공사 남대구지점 최종선 수요관리 차장은 "최근 계속된 한파로 전기 난방기기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최대 전력수요가 위험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공급 예비율이 6%대로 크게 낮아지면서 동계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 합동 비상 수급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웜-비즈운동(내복입기)

경기침체로 에너지 절약형 패션인 '웜 비즈'(Warm Biz)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웜비즈 관련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내의류 도매상가인 서문시장 4지구의 속옷전문점 라라 유통 이화연 대표는 "올해는 내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내복은 보온성이 뛰어난 에어로 웜 등의 기능성 소재를 사용해 울이나 면 소재보다 20% 이상 향상된 보온력을 가지면서도 가볍고 착용감이 좋아 정장 안에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이 인기"라며 "더 판매 할 물품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기난방

연초부터 한파의 기습으로 할로겐 전열기구, 전기장판 등 전기 난방제품이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백화점은 물론 시장의 전기난방제품 상점은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력사용량이 급증하자 한국전력공사는 동계 수급 안정을 위해 대규모 공장 등 산업용'일반용 약정 고객이 피크가 높은 시간대에 전기사용을 일정량 줄일 때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비상대책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남대구지점 최종선 수요관리 차장은 "겨울철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해 동계절정기가 발생하는 시간대인 오전 10시∼정오까지, 오후 5시∼오후 7시 사이에는 난방 가동을 자제하는 등 에너지 절약에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특히 "보통 피크가 오전 10시∼정오에 발생하므로 중식시간을 낮 12시∼오후 1시에서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로 변경하도록 공공기관, 기업체 등에 홍보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문풍지로 난방비 절감

문풍지만 잘 사용하면 실내온도가 쑥 올라간다. 문풍지를 사용하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단독주택뿐 아니라 비교적 보온이 잘되는 아파트도 보온대책에 비상이다. 수성구 지산동 이재형(26) 씨는 "2층 상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겨울철에는 전열기구를 2대 이상 가동하는 등 거실 보온에 힘써 오다가 최근에는 문풍지로 창문을 막았다"며 "진작에 문풍지의 효과를 알았더라면 난방비는 고스란히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가게 곽연하 대구 경북본부장

# "훈훈한 인정 넘치는 서민들의 장터"

"아직도 아름다운 가게를 모르세요? 이곳은 정말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서민들의 장터입니다. 가정에 필요한 생활필수품들은 2천원 안팎이고, 고급 외투도 1만, 2만 원이면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물가상승으로 서 민경제가 압박을 받을 때는 아나바다 운동이 서민의 피난처가 되지요."

아름다운 가게 곽연하(40'사진) 대구경북본부장은'경제난국 서민들 살아남기'의 비법(?)을 밝혔다.

현재 대구지역에는 남산점, 달서점, 칠곡점 등 3곳의 아름다운 가게가 운영 중이다. 남산점에는 7천∼8천여 점, 월성점에는 1만여 점이 있다. 100% 기증받은 제품들이다. 평균적으로 하루 내방 고객은 100∼120여 명. 이중 구매하는 고객은 절반 정도다. 고객들에게 제일 인기 있는 제품은 뜻밖에도 남들이 사용했던 '중고제품'이다.

곽 본부장은 "남들이 쓰던 물건을 내가 다시 사용한다고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와서 안 쓰는 물품들은 기부하고, 또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면서 기부와 나눔의 문화, 절약정신을 깨우쳐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가게는 올해 구청과 연대, 주민이 참여하는 '벼룩시장'을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가정에서 안 쓰는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바꿔 가거나 기증하는 행사다. 수성구는 수성못 등에서 월 2회, 달서구(본리공원, 용산역사)와 북구(칠곡 함지공원)도 한 달에 한 번씩 연다. 23일엔 설을 앞두고 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나눔 보따리'행사를 연다. 시민들이 쌀을 준비하고 아름다운가게에서 선물을 마련하여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150여 가구에게 선물보따리를 직접 전달한다.

새해 초부터 잔뜩 움츠러들고 있는 서민들에게 훈훈함을 안겨주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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