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 인터넷기업 구글이 한국에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것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구글이 '스트리트뷰'(인터넷 지도를 통해 특정 위치의 영상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작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혐의를 확인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무선랜을 통해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세계 각국에서 수사와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미국이나 독일, 호주 등에서는 이미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구글코리아가 2009년 말부터 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왔다.
◆빅 브라더의 현실화?
구글의 개인정보 수집을 지켜보면서 소설이나 영화에서의 암울한 미래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 인간의 미래사회를 내다볼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통제와 감시다. 디지털 혁명은 우리 생활을 몰라볼 만큼 편리하게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디지털의 핵심 중 하나는 개인 정보다. 개인 정보를 수집해 그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디지털 혁명의 기본 줄기다. 하지만 이를 악용할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온다.
보통 미래사회 통제를 이야기할 때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많이 인용된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비롯된 용어다. 소설 '1984년'에서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소설 속의 사회를 끊임없이 감시한다. 이는 사회 독점권력의 관리자들이 개인의 정보를 왜곡해 강력한 권력의 주체가 되는 것에 비유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기계들의 통제와 감시의 거대한 공간 안에서 인간들이 왜곡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감시가 개인들의 안전과 편의성을 위한 '필요악'이지만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본성 앞에서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정보 독점
구글은 예전부터 빅 브라더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많이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구글은 '악마가 되지 말자'(Don't be evil)고 외쳤다. 하지만 이번에 개인정보 수집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구글에 대한 그 같은 의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구글은 스트리트뷰 촬영 특수차량을 이용해 무선랜망에 설치된 무선기기의 시리얼 번호와 개인의 이메일, 송수신 내용, ID, 패스워드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같은 개인정보 수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이른바 '인터넷수사대'라 불리는 누리꾼들은 연예인이나 공인의 정보들을 어렵지 않게 빼내고 있다. 정보 수집은 더 나아가 일반인까지 확대되고 있다. 스트리트뷰와 비슷한 방식으로 입체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도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개인 정보 수집이 가능한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클라우딩 컴퓨터'는 자칫 악용될 경우 강력한 빅 브라더 수단이 될 수 있다. 개개인이 자신의 자료들을 가상의 서버에 저장해놓고 수시로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그 주체가 의도를 가질 경우 상당히 위험하다. 정보가 특정 서버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사람이 정부나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클라우딩 컴퓨터에 저장해놓았다. 그러자 잠시 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A를 잡아간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그 사회는 특정 권력에 의해 통제당하는 획일화된 사회로 변질된다. 마치 소설이나 영화에 나올 만한 장면이지만 이는 미래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충분한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