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주영의 스타 앤 스타] 원조 '미친 존재감' 조영남

"지금도 사랑하며 살고싶어요"

가수라 부르기에도 뭣하고, 그렇다고 아티스트라고 하기에도 그 맛이 안 살고, DJ도, MC도, 방송인도 웬만해선 그를 일컫는 말을 찾기란 어렵다. 워낙 다방면에서 자신의 끼를 뿜어내고 있는 조영남의 존재가치는 그만큼 남달랐다. 아마도 원조 '미친 존재감'이 아닐까란 생각까지 들게 했다. 그와 나눈 2시간이 넘는 인터뷰는 바람 부는 절벽 끝, 또는 외줄 타는 광대를 지켜보는 사람의 심정처럼 그 긴장의 폭이 컸다. 그만큼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는 뜻이다.

우선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연관 검색어로 등장하는 전 부인 윤여정에 대한 궁금증부터 풀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는 윤여정과 13년을 함께 살다 헤어졌다. 벌써 이별한 세월이 같이 산 시간의 3배가 될 만큼 그의 얼굴에도 주름이 깊게 파였다.

"이런 말 하면 맞아죽을지 모르지만 우린 쿨하게 헤어졌어요. 서로 채였다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헤어진 것이 결과적으로 '윈윈'이었다란 생각이 들어요. 보세요. 우린 헤어진 후에 서로 욕하지 않거든요. 전혀 그런 게 없어요. 정말 고맙죠. 고마워요."

조영남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의 속이 어떨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날 그의 목소리와 얼굴빛에서는 슬프거나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멋진 여자였어요. 윤여정은. 솔직히 내가 나서서 챙겨보지는 않지만 (윤여정이) 나오는 것은 다 봐요. 개인적으로 윤여정은 민비 할 때가 제일 예뻤던 것 같아요."

정말 이 남자.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쿨한 모습은 요새 날고 긴다는 차도남들에게도 보이지 않을 만큼이었다. 그래서일까. 조영남은 그동안 참 스캔들이 많은 스타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이 스캔들 메이커라는 것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도 좋은 편이에요. 이러니 바람둥이란 타이틀이 당연히 따르죠. 내가 생각해도 내 매너는 최고인 것 같아요.(웃음) 또 맞아죽을 얘기일지 모르지만 난 나를 지극히 사랑해주는 여자가 좋아요. 나를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강도가 다 다를 텐데, 나의 모든 것을 소화해주는 그런 여자에 끌립니다."

'해방둥이'란 말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말뜻을 이해할 것이다. 해방둥이는 대한제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한 해에 태어난 아이를 일컫는다. 1945년이란 얘기다. 조영남은 해방둥이다. 그럼 그는 우리 나이로 새해 들어 66세가 된 것이다. 66세라고는 믿지 못할, 요샛말로 '버라이어티'한 화법과 열린 사고는 지금의 조영남을 있게 한 원천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두 번 결혼 해봤는데, 두 번 모두 '해야겠다'가 아니라 '어어어어~' 하다가 하게 됐어요. 난 한도 끝도 없이 한 여자하고 살아야 하는 사회 통념을 지키기가 불가능했어요. 그러다 보니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게 된 것이죠."

자칭 '바람둥이'라는 조영남의 결혼관다운 말이었다. 그럼 아직도 그는 사랑을 꿈꿀까. 하긴 최근 그의 여자친구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아나운서라고 해서 일대 논란이 인 해프닝은(물론 다시 아니라고 번복됐지만) 그가 여전히 이성과의 사랑을 꿈꾼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리 집안이 대대로 크리스천이기도 하고, 공부도 미국에서 5년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랑'의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각자 나름대로의 성향은 다르겠지만 나는 사랑이 모든 것에 있어 최고라는 생각에는 변함없어요."

그가 '사랑은 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하자 자못 의아하기도, 또 수긍도 갔다. 그는 지금도 언제나 사랑하고 싶고,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랑지상주의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인터뷰 내내 '사랑'을 예찬했다. 그럼 '인간 조영남'이 생각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또 맞아죽을지 모를 얘기인데…(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만개한 꽃을 보면 꽃 봉오리가 확 피어 있어서 보자마자 '예쁘다'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러다 '약간 시드는구나'를 느끼게 돼요. 시들어가면서 예쁜 꽃도 있겠지만 대부분 피고 지기 전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활짝 피었을 때가 가장 예쁘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는 것이죠."

조영남은 얼마 전 데뷔 40년 만에 처음으로 신곡으로만 채운 음반을 발표했다. 일부 예능에서 우스갯소리로 '화개장터' 한 곡만 평생 히트곡으로 가지고 있는 '단곡 가수'라고 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는 그동안 번안곡이나 남이 부른 노래를 자신의 창법으로 불러 대중들을 즐겁게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부부 작사'작곡가' 양인자 김희갑과 손잡고 '나는 신의 뜻을 알고 싶다' '사랑의 이중창' 등의 따끈한 새 노래를 내놓았다.

"신곡이란 것을 발표 안 해도 그럭저럭 먹고살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내 음반을 사는 시대가 아니다 보니 20년 정도를 뭉그적거리게 됐죠. '화개장터' 이후니까 정확히 22년이 됐네요. 아마도 이번 앨범이 은퇴 앨범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은퇴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니까 어울리지 않았다. 조영남은 언제나 가수로, 화가로, 또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를 책임지는 '지금은 라디오시대' DJ로, 또 얼마 전 오랜만에 진행자로 나선 '명작스캔들'의 MC로 우리 곁을 지킬 테니 말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정말 해볼 것은 다 해본 것 같아요. 그런데 못 해본 게 하나 있어요. 스물두 살 된 딸이랑 여행을 못 가봤어요. 꼭 한 번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시집가기 전에 같이 가보고 싶어요. 스페인 빌바오 같은 곳 갔으면 좋겠네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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