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침, 병원 가는 길이었다. 날씨가 잔뜩 흐리더니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 듯 하얀 솜가루 같은 눈이 펑펑 내려 순간, 그 풍경에 도취되어 한참을 바라다보았다. 눈이 오면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는 반면 먼저 걱정이 앞섰다. 눈이 많이 오면 도로가 교통체증으로 막힐 것이고, 교통사고도 증가할 것이고, 길이 얼면 넘어져서 다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온통 흙탕길이 되어 불결해질 것이고…. 이런저런 걱정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눈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순간도 잠시, 병원에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안절부절 못 하며 운전했다. 낭만보다 현실이 먼저 와 닿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인가? 아직까지는 순수한 감정을 잃지 않고 마음만은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마음의 건강은 몸의 건강이 따라주지 않으면 유지하기 힘든 것이다.
보름 전 병원에서 간단한 수술을 받았다.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덕분에 집에서 쉬면서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부득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주위 가까운 분이 가슴이 아려온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내가 왜 아파야하는지 자신에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나 있었다. 그런데 그분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나만을 위해서만 살고 있었다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다른 사람의 배려를 받으니 미처 내가 배려하지 못 하며 살아온 주변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기회에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와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진지하게 되짚어보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삶이 이루어진다. 작고 가까이 있는 것부터 소중하게 여겨 잘 가꿀 수 있어야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정과 감각들이 무뎌지고 모든 일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무엇이든 내 생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습관(?)이 생겨버린 것 같다. 이런 나쁜 습관과 행동을 지적하는듯한 옛 성현의 말씀이 떠오른다. '나이가 든다는 건 내가 가진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것이고 죽음으로 더 가까이 가는 것'. 이 말의 참뜻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순간을 아름답고 행복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살기를 권하는 것이다. 인생은 어차피 한 번 주어지는 것이다. 이번 병을 계기로 가장 기본적인 자기 관리인 건강을 시작으로 열정적으로 삶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것을 결심해본다. 이것이 가장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일 것이리라.
대구세계차문화축제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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