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유 안마시고, 콩·두부 더 먹어… 유통업계 희비

구제역 파동으로 채식용 고기 대체재(?) 급부상

구제역 여파로 두부와 콩고기가 인기다. 13일 대구 시내 한 식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두부를 사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구제역 여파로 두부와 콩고기가 인기다. 13일 대구 시내 한 식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두부를 사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구제역이 유통업계 희비를 가르고 있다.

우유 업계는 구제역 파동으로 공급과 수요 면에서'된 서리'를 맞고 있는 반면 콩과 밀 등을 이용한 채식용 고기는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유 업계 울상

직장인 강지연(31·여) 씨도 구제역 파동이 일고부터는 우유나 치즈 등을 일절 먹지 않는다. 강 씨는 "구제역이 인체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찜찜한 마음이 앞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달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소비 심리가 반영되기 시작한 1월 초부터 13일까지 전년 대비 우유 매출은 14%가 빠졌다. 신종철 홈플러스 과장은 "구제역으로 감소한 우유 소비가 채소 기능성 음료로 옮겨오고 있다"며 "최근 채소류 음료 매출이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구제역은 업계의 공급물량 차질까지 빚고 있다.

국내 젖소의 40% 정도를 사육하고 있는 경기 남부지역으로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우유 제조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25일 원유 140t가량을 공급받지 못했다. 이는 하루 평균 원유 물량(1950t)의 7.1%에 해당하는 규모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제품 소비의 15%가량을 차지하는 학교 급식용 수요가 없어 우유 생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콩, 두부 떴다.

대구 달서구 본동 한 한식당. 손님 식탁에 음식이 놓이자 젓가락이 빠르게 오갔다. 주 메뉴는 따로 있지만 유독 젓가락이 많이 머문 곳은 다름 아닌 콩으로 만든 고기와 탕수육.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이들 반찬은 식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김승훈(41) 씨는 "평소 고기를 즐기는 편인데 구제역 이후 채식용 고기를 즐겨 먹고 있다"며 "콩 고기는 맛은 물론 씹는 맛까지 소고기 돼지고기 못지 않다"고 말했다.

구제역 파동으로 육류 대신 콩, 두부, 채식용 고기가 인기다. 시장, 백화점, 대형마트 할 것 없이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이 속속 웰빙 식재료를 사들이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전부터 콩, 채식용 등은 웰빙 건강 식품으로 각광을 받아 왔지만 구제역이 발병한 이후 두부는 가격이 인상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25%나 늘었다"고 말했다.

13일 옥션(www.auction.co.kr)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콩고기 식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났다. 구매고객 분석에 따르면 전체의 65%가 30대 여성으로, 주로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 관계자는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불안감에다 설 명절을 앞두고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콩고기, 밀고기 등 고기 대용 식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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