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이 고향인 김태현(43) 씨는 설 때 귀향을 망설이고 있다. 김천시가 구제역 확산을 우려해 설 귀향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 김 씨는 "13일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고 명절 때 찾아뵙겠다고 했더니 구제역이 확산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니까 이번엔 오지 말라고 만류하셨다"며 "평소에도 맏이 노릇을 제대로 못했는데 구제역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고민했다.
연말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새해 들어서도 좀처럼 숙지지 않으면서 축산농과 음식업계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에까지 불편과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상당수 시민들은 설 귀향을 망설이거나 연휴를 이용, 관광지를 찾으려던 계획을 접고 있고 경북 일대를 돌며 영업하는 이들도 도로 곳곳이 통제된 까닭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예천 출신 이효석(53) 씨는 구제역이 숙질 때까지 고향행을 미뤘다. 이 씨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형님댁 인근에 구제역이 번지는 바람에 동네가 초상집 분위기라니 명절을 지낼 맛이 나겠느냐"며 "귀향 대신 작은 선물을 소포에 담아 어머니께 보낼 생각"이라고 전했다.
가족과 함께 지역 나들이를 가려던 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있다. 지난해 8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만 해도 하루 평균 1천500여 명이 찾았으나 구제역 발생 이후 관람객이 절반 이상 급감했다. 직장인 김준형(40) 씨는 "오랜만에 맞는 연휴에 아이와 지역 명소를 둘러볼까 했는데 대구 시내 놀이공원에나 잠깐 다녀와야겠다"고 했다.
구제역으로 도로 곳곳이 통제되면서 경북 일대를 돌며 생계를 꾸리는 이들의 사정도 다급해졌다. 경북도에 따르면 13일 현재 안동 지역에서만 55곳 도로가 차단되는 등 10개 시 163곳과 12개 군 112곳 도로 가운데 7곳만 선별 출입이 허용될 뿐, 나머지는 출입이 완전히 차단됐다.
경북 북부에서 채소를 구입, 대구에서 팔고 있는 이모(56) 씨는 "막힌 도로가 많아 아예 가기를 포기하거나 멀리 둘러 가야 해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없다. 설 대목에 목돈을 만지기가 어렵게 됐다"고 걱정했다.
돼지고기와 한우를 파는 식당가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구 중구 동인동의 고깃집 골목은 아예 문을 걸어 잠근 식당도 간간이 있다. 이곳에서 식당을 하는 김진호(45) 씨는 "구제역 사태 이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구제역에 걸린 고기는 유통 자체가 불가능하고 쓰지도 않는데도 손님들이 외면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채정민·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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