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이 제각각이듯 사람을 보는 눈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인사(人事)는 늘 어려운 과목 중에 하나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본인의 말대로 '재판 없이 사형선고'받은 심정을 토로하며 중도 하차한 것도 청와대의 눈높이와 국민의 눈높이가 달랐기 때문이다. 2천여 년 전, 사마천이 사기(史記)에 좋은 글을 남겨 놓았다.
관중이 병으로 쓰러졌을 때 제(齊) 환공이 일부러 찾아와 관중과 나랏일을 상의했다. "그대에게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신하 중에 누구를 재상으로 삼는 것이 좋겠소?" 하고 묻자 "군주께서 더 잘 아실 줄로 아옵는데…"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자 환공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을 내세웠다. "역아(易牙)가 어떻겠소?" "역아는 자기 아들을 죽이고 군주의 환심을 샀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근본을 배반한 것입니다. 절대로 아니 되옵니다."
역아는 환공의 요리사였다. 어느 날 환공이 "모든 고기를 다 맛보았는데 사람고기는 어떤 맛일까."라며 농담 삼아 말하자 바로 물러나 고기 요리를 바쳤다. "맛있다. 무슨 고기냐?"고 묻자 "사람고기입니다. 군주를 위해 세 살 난 제 아들을 죽여 만든 요리입니다." 이렇게 해서 총애를 받은 인물이다.
"그럼 개방(開方)은 어떻소?" "개방은 본디 위나라 사람인데 군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족을 버렸습니다. 이것 또한 인간의 근본을 저버린 일입니다. 가까이하시면 아니 됩니다." "그렇다면 수조는 어떻소?" "수조는 스스로 거세하여 군주의 환심을 샀습니다. 이것 역시 인간의 근본을 벗어난 일입니다. 그를 신임하면 안 됩니다."
그러나 이미 환공의 마음은 이들에게 가 있었으므로 관중의 충고가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관중이 죽자 결국 세 사람을 측근에 등용했다. 환공이 세상을 떠나자 이들은 엉뚱한 사람을 태자로 세우고 권력 투쟁을 하다 제나라 멸망을 재촉하고 만다.
감히 정 후보자를 이들 아첨꾼들에 비유하자는 뜻이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그렇게 청렴한 인물도 드물다고 하는데 검증도 받지 못하고 여론에 밀려 낙마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헌법 위에 보이지 않는 '국민정서법'이 있다. 정서법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만약 여론몰이로 사람을 재단(裁斷)한다면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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