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가던 지난해 마지막 그믐날, 전격적으로 단행되었던 부분 개각에 대한 시중의 반응은 청와대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새해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출발하고 내각의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의도에서 개각을 앞당겼다"는 청와대의 발표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개각의 내용이 알려지자, 야당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고 여당에서도 반발했다.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일이 정당의 기능이긴 하지만, 모처럼 여야가 같은 목소리로 반응했다.
청와대는 집권 4년차에 접어들어 공직기강을 바로잡을 감사원장 후보자로 정동기 전 민정수석을 인선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날 발표된 감사원장 후보자가 적격성(適格性)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7개월 동안 7억원을 벌었다는 사실은 어떤 방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의 상식이고,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를 사정(司正) 대상으로 하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대통령의 비서를 거친 측근으로는 지킬 수 없다는 것이 국민의 판단이다.
이런 국민들의 정서를 간파한 집권 여당이 이달 10일 최고위원회를 통해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나라당이 청와대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갈등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틀 후 정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를 밝힘으로써 연초 정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파문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하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 것 같다.
관심의 중심에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이 자리 잡고 있다. 5년 임기 가운데 2년도 넘게 남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걱정하고 있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임기 말에 대통령들의 레임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의 주장은 그렇다고 해도, 여당 중진인 남경필 의원까지 가세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고 공언하고 있으니 놀랍다는 것이다.
권력의 속성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통령에게 힘이 있을 땐 머리를 조아리다가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 고개를 치켜드는 행동을 소신 있는 정치인의 행태라고 믿어줄 국민은 없다. 당의 공천으로, 그리고 당의 정책을 내걸고 당선된 자당(自黨)의 대통령과 애써 대립각을 세운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진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공과(功過)는 찬사나 비난이나 모두 여당 정치인들이 떠안아야 할 몫이다.
윤순갑 교수(경북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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