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대구 동구 공산동 주택 마당에는 주먹만한 굵기의 땔감이 어른 키 높이 만큼 쌓여 있었다. 지붕 위로 난 굴뚝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굴뚝이 연결된 보일러실에 들어서자 커다란 원통 보일러가 눈에 들어왔다. 집주인 추득주(64) 씨가 땔감 하나를 들고 보일러 문을 열자 공기를 받아들인 보일러 안에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추 씨는 "기름보일러가 있지만 요즘 하도 기름값이 비싸서 거의 사용 안 하고 있다"며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는 화목 보일러를 이용하는 것이 비용도 싸고 난방도 더 잘된다"고 웃었다.
고유가에 '땔감'을 이용한 화목 보일러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난방비가 부담스러운 서민들이 기름보일러 사용을 줄이고 아궁이와 화목 보일러를 이용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실내등유는 이달 둘째 주 ℓ당 1천191.51원으로 5주 전(1천139.68원)보다 50원 이상 올랐다. 이는 2008년 11월 첫째 주(1천185.27원) 이래 최고치다.
급증하는 기름값에 일부 시민들은 땔감을 이용한 난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북구 읍내동에 사는 이재복(61) 씨는 10년째 화목 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요즘은 화목 보일러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라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이 씨는 "종갓집이라 친인척들이 자주 드나들기에 구석구석 지속적인 난방이 필요하다"며 "난방비 절약을 위해 화목 보일러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대구 동구 공산동 1통에는 10% 이상이 기름보일러와 함께 화목 보일러나 아궁이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땔감을 구하기 위해 틈날 때마다 인근 야산에 오른다.
김임호 통장은 "고유가때문에 겨울 기간 동안 쓸 땔감을 미리 구해놓는 가구가 많을 정도로 기름 보일러 이용을 줄이고 있다"며 "빨리 기름값이 안정돼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북구 동호동의 박명길(56) 씨는 "큰방은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작은방은 아궁이를 이용하는데 낮에는 아궁이에 불을 때고 하루종일 작은방에서 지낸다"며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기름값이 오르면 올 겨울동안 아궁이만 이용해야 할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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