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재의 행복칼럼] 대(大)한민국

큰 것은 좋은 것인가? 큰 것은 아름다운 것인가? 큰 것이 정의인가? 막상 이렇게 따지듯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상사부터 회사나 국가 경영까지 기를 쓰고 큰 것을 추구하고 있다. 마치 큰 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 것처럼 말이다. 1960년대 초기까지만 해도 서울 한강에는 다리가 두 개밖에 없었다. 하나는 사람이 다니는 한강 인도교이고 또 하나는 기차가 다니는 한강철교였다. 그후 마포 쪽에 다리가 하나 더 생겨 이름을 제2한강교라고 했고, 그 다음에 한남동 쪽에 다리가 하나 더 생기면서 그 이름은 제3한강교라고 했다. 1970년대부터 한강에는 수십 개의 다리가 놓여졌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이름들이 붙여졌다. 모든 다리에 '대교' 자를 붙여 넣는 것이다. 잠실대교, 성수대교, 원효대교, 행주대교 등등. 제2한강교도 마포대교로, 제3한강교는 한남대교로 바뀌었다. 공공건축물 이름을 짓는 위원회가 있을 것인데 여기 위원들이 '큰 것은 좋은 것'이란 무의식 속에 다리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를 않았다.

큰 것을 지향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닭들도 싸울 때면 온몸의 깃털을 곤두세우고 몸의 크기를 불린다. 하마들도 싸울 때면 입을 크게 벌려 입 적은 놈이 도망가면 싸움을 끝낸다. 복어도 적에게 공격을 받으면 몸을 최대한 크게 하여 마침내 공처럼 둥글게 한다. 자신의 몸 크기를 조절하지 못하는 멸치들은 무리를 지어 크게 뭉쳐 다니기도 한다. 인간이나 동물이 큰 것을 좋아하는 행동은 결국은 열등감 때문이다. 덩치 큰 놈이 힘도 세고 그 덕에 좋은 음식이나 예쁜 암 컷 구하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원시인 시절일 때는 동물과 같은 사고를 해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문명화된 세상에 아직도 동물적 사고를 갖고 산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불행의 씨앗이 된다. 작년 한 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10조원의 순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반도체의 주요 부분은 바로 마이크로칩이란 작은 부품이다. 우리 일상의 필수품인 휴대전화나 컴퓨터에서부터 기타 주요 전자제품에는 작은 칩이 들어간다. 모든 전자 회사들은 자사의 제품은 작은 칩을 쓴 탓에 제품이 얇고 가볍고 작다고 자랑에 자랑을 늘어놓는다. 삼성전자의 승리의 요인 중에 하나는 칩의 몸집을 작게 하는 경쟁에서 이긴 탓이다. 사람이 큰 것이 선한 거라든가 혹은 옳은 것,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가 원시인이거나 혹은 동물을 자처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생각을 할 때는 행복해진다. 인간이 동물처럼 생각하면 불행해지는 것이다.

권영재 대구의료원 신경정신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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