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다. 지금 농촌은 구제역을 막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첫 발생한 구제역은 모습도 드러내지 않은 채 유유히 전국 농촌을 유린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내 14개 시·군에서 소, 돼지 등 가축 30만 마리 이상이 희생됐다. 전국적으로는 150만 마리가 넘어서 피해 금액이 2조원대에 육박한다.
도로 곳곳 방역초소에는 혹한의 날씨에도 공무원, 군인, 경찰 등이 3교대 철야 근무를 하며 소독약을 뿜고 있다. 불 끄는 소방차도 투입돼 방역초소에 물 대기 바쁘다. 주민들은 자체 방역단을 만들어 과수농약분무기까지 동원해 소독약 살포에 나섰다. 축사 주민들은 스스로 돈을 걷어 마을 입구에 자체 방역초소를 설치해 길목을 지키고 섰다.
외지인 방문는 일절 사절이다. 불요불급한 도로는 흙더미로 막아 통제했다. 구제역이 덮친 마을 주민들은 마실도 나갈 수 없다. 5일장은 무기한 폐쇄됐다. 이번 설날에는 고향에 오지 말라고 당부한 주민도 있다. 구제역이 농촌을 적막강산으로 만들었다.
가족처럼 키우던 소, 돼지를 졸지에 땅에 묻은 농민들은 앞길이 막막하다. 살처분 보상금은 융자금에 사료값을 치르면 적자다.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돼지 2천 두를 눈물로 땅에 묻은 한 농민은 구제역 광풍에 폐업을 결심했다. 축사에서 4년째 일을 해 오던 중국동포 근로자는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했다.
날씨는 더 추워지는데 구제역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농림수산식품부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모든 소와 돼지에 예방접종을 하기로 했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잃더라도 축산업이 전면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자는 고육지책이다.
구제역과의 전쟁은 과연 언제 끝날 것인가. 새해 벽두부터 구제역은 열악한 우리 축산업계에 많은 숙제를 남긴다.
사진·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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