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치과의사들의 직업병

신묘년 새해를 맞아 토끼처럼 열심히 뛰어다니고 지혜롭게 한 해를 시작하려고 하니 마음과 달리 몸이 자꾸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진료할 때마다 목과 어깨가 심하게 아프고 최근에는 똑바로 누워 자는 것도 불편하여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니 일시적인 근육통이라 한다. 그리고 아마도 치과진료 할 때의 자세에 의한 일종의 직업병인 것 같다고 한다.

직업병은 어떤 특정 직업에 종사함으로써 근로조건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질환을 말하는데 그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면 누구든지 발병할 가능성이 있고 작업환경의 불량이나 근로과중이 겹쳐서 만성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기원전 히포크라테스는 질환을 진단할 때 종사하는 직업을 중요시하였음이 전해지고 있다. '모던 타임즈'에서 찰리 채플린이 계속하여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공장에서 반복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나오는데 휴식시간에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양손이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데 이것도 역시 직업병의 일종이다.

실제로 특정한 자세를 오래 취하는 치과의사에게는 근골격계의 장애가 발생하기 쉬운데 특히 동료 치과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목, 어깨,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치과의사는 목 통증으로 누가 뒤에서 불러도 목을 돌리지 못하여 목과 몸 전체를 로봇처럼 돌린다고 하니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어떤 보고에 의하면 치과의사의 30~65% 정도가 직업병을 가지며 이는 불충분한 신체 움직임으로 인한 조직의 퇴화, 신체 일부분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긴장 증가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진료 시 입안을 자세히 보기 위하여 목을 많이 숙이고 팔이 올라간 자세는 목과 어깨 등의 통증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어느 치과의사들의 모임에서 한 치과의사가 며칠 전부터 시력이 떨어지고 눈도 자주 가렵고 뭐가 들어간 것처럼 따끔거린다고 하자 옆에 앉아있던 동료 치과의사 한 명이 살펴봐 준다고 하면서 엄지와 검지로 눈꺼풀을 벌리며 "아, 크게 아~ 하세요!" 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이러한 직업병은 신체증상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나는 것이 틀림없다.

나도 아내와 식당에 가서 무심결에 "야! 환자들 많다"라고 말해 직업병이라는 핀잔을 듣곤 한다. 올해에는 직업병이 조금 심해져도 치과 치료받는 분들의 치아가 더욱 건강해 진다면 "목과 어깨가 조금 아픈 것이 무슨 대수냐"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지내고 싶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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