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디컬 프런티어]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김신우 교수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지역에서 감염내과를 다루는 전문의 1호다.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지역에서 감염내과를 다루는 전문의 1호다.

"에이즈는 만성질환 일뿐" 환자들 인권보호 동분서주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김신우(47) 교수는 지역 의사들 중 감염내과 전문의 1호다. 2009년 신종플루(인플루엔자 A형[N1H1])이 창궐할 당시 감염내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던 분야다. 김 교수는 스스로 감염내과 의사는 '수사관'이자 '탐정'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1998년 처음 전공을 택할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감염내과를 택한 이유에 대해 "원래 레지던트 시절엔 순환기내과를 했는데, 나름대로 일종의 '블루 오션'을 찾고 싶었다"며 "남들이 안 하는 분야를 택해서 나만의 가치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정전염병 환자 모두 다뤄

감염내과는 세균 및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벌이는 곳이다. 사실 모든 의사는 같은 싸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감염내과는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병의 증상을 보고 그 이유를 찾아내는 곳이다.

흔히 알고 있는 모든 법정 전염병도 모두 이곳에서 다룬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환자들도 이곳을 찾는다. 흔히 슈퍼박테리아로 알려진 '다제내성 세균'도 이곳 소관이다.

그를 찾는 환자의 질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에이즈'다. "현재 250~280명가량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와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증가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입니다. 10년 전 제가 처음 이 병원에 왔을 때만 해도 치료를 받던 에이즈 환자는 10명에 불과했습니다. 다행히 약이 개발되면서 예전보다 훨씬 치료가 잘 되고 있죠."

그는 에이즈 환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사회의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에이즈는 예전처럼 '죽는 병'이 아니라 '치료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예전엔 환자가 숨져도 장례식도 안 했어요. 혹시 감염될까봐 두려워서죠. 이혼하거나 호적에서 없애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처음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탓입니다." 대구경북에이즈예방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에이즈를 '늙어 죽는 병'이라고 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탓에 에이즈 환자들은 폐렴이나 결핵 등으로 숨진다. 하지만 자살하는 경우도 적잖다. 사회적으로 방치되고 버림받기 때문이다. "심지어 병원에 와서 진료대기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숨겨달라는 환자도 있습니다. 에이즈 환자의 인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사회적 편견도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 그들은 잘못된 인식 탓에 숨어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약재부작용 감시 역할도

감염내과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 중 하나가 '여행의학'이다. 다소 생소하지만 '해외 여행 시 발생 가능한 질환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분야'쯤으로 정리된다.

말라리아, 장티푸스, A형 간염 등의 예방약을 미리 처방해 주거나, 해외 유학생의 경우 접종확인서를 영문으로 발급해 주는 일도 맡고 있다. 인터넷 '질병관리본부' 사이트의 '여행의학' 코너에 들어가면 해외로 나갈 경우 어떤 예방 접종이 필요하고, 어떤 전염병을 조심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유행병을 다루다 보니 별의별 일도 많다.

"가령 유행성 전염병인 쓰쓰가무시병의 경우 늦가을에 유행합니다. 그런데 처음엔 열만 나다가 이후에 발진이 생기는데, 열이 날 때 병원을 찾아가면 대개 원인을 찾지 못합니다. 발진까지 생겨서 병원에 가면 그때야 병명을 알고 약을 처방합니다. 이틀만 복용하면 금세 호전됩니다. 바꿔 말하면 열이 날 때 진료한 의사는 '돌팔이', 발진 때 진료하면 '명의'가 되는 거죠."

이처럼 신체에 열이 날 때 그 원인을 찾아내는 것도 감염내과의 주요 업무다. "대개 3주 이상 38.3℃ 이상의 열이 지속되는데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불명열'로 분류됩니다. 말 그대로 원인이 불명확한 열이라는 뜻이죠." 감염성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속단할 수는 없다. 가령 급성신우신염의 경우 패혈증으로 급속히 전이될 수도 있다. 감염 조절이 실패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신체 각 기관으로 가는 피 흐름이 막혀서 장기에 손상을 입고, 결국 쇼크가 와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

김 교수는 지역약물감시센터도 관리하고 있다. 갖가지 약재의 부작용을 확인해 이를 수합하는 곳. 매달 100건 이상의 부작용이 보고된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15곳의 센터에서 연간 1만 건 이상이 수합되는데,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기존 약물이 얼마나 자주 부작용을 일으키는지와 새로운 특정 약물의 부작용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페렴 및 항생제 내성도 연구

김 교수는 '항균제 적정사용 임상연구센터'(보건복지부 사업) 연구 중 제2세부과제인 '지역사회획득 폐렴의 항균제 표준치료지침 개발'을 목표로 세부책임자를 맡고 있다. 지역사회획득 폐렴은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폐의 급성감염을 말한다. 15개 전국 병원 센터와 함께 2015년까지 연구한다. 폐렴의 역학적 상황과 함께 기초적인 항생제 내성 연구도 한다.

김 교수는 이런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2, 3년 전쯤이었는데 한 30대 주부가 부종 및 황달로 찾아왔습니다. 경북 포항에서 왔는데, 열이 있지만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어요. 결국 서울로 가서 말라리아 판정을 받았더군요. 사실 황당했습니다. 해외에 간 적도 없는데 포항에서 말라리아라니요. 나중에 알고 보니 발병 몇 달 전 경기도 북부 쪽에 있는 친정에 다녀왔더군요. 한강 위쪽에는 말라리라 모기가 서식합니다. 결국 환자의 이야기를 꼼꼼히 듣지 못한 탓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는 감염내과 전문의로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법. 김 교수는 감염내과를 선택한 데 대해 항상 자부심을 느낀다.

"다른 질환들은 병을 조절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감염병은 완치됩니다. 가령 내막염의 경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숨집니다. 치료하는 순간 환자는 새 삶을 사는 거죠. 패혈증 쇼크가 온 경우도 완치하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감염내과는 완치 가능한 병을 많이 다룬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지만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합니다."

글'사진=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